영화 '오로라 공주'(2005)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를 연기해 가슴이 미어졌을 것 같은데 또다시 비슷한 설정의 엄마를 택했다. 이달 16일 개봉한 영화 '몽타주'(감독 정근섭'제작 미인픽쳐스)에서 15년 전 아이를 유괴당해 잃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를 연기했다. 배우 엄정화(44) 얘기다.
"솔직히 또 아이를 잃어야 하는 감정이라서 맡지 않으려고 했어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감정이기 때문에 출연 제안을 몇 번 거절하기도 했죠. 하지만 '오로라 공주' 때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을 떨쳐 버리고 싶었죠. 감독님과 배우들, 스태프들이 그 부담을 덜어줬어요. 배우를 믿고 기운을 주더라고요. 또 '몽타주'가 신선하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엄정화는 "솔직히 처음에는 의구심 가득한 상태로 촬영했다"며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때 관객이 헷갈리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친구들을 모니터 시사회에 데려갔는데 헷갈려 하지 않더라. 좋았다"고 웃었다.
'몽타주'는 납치당해 사망한 아이의 사건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같은 수법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범인 탓에 딸과 손녀, 인생을 빼앗겨버린 세 명의 피해자에게 찾아온 결정적인 순간을 다룬 작품이다. 감정을 조절하고, 한순간 폭발시킨 엄정화의 연기가 특히 칭찬할 만하다.
엄정화는 잇따른 호평에 "어울리는 옷이 있듯이 내가 할 수 있는 느낌과 없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며 "재미있으면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엄마가 영화를 보시고 말이 없어 '재미없었나?' 생각했는데 물어보니 '재미있었는데 무척 슬펐다'고 하더라"며 "엄마는 이런 상황과 장면들을 보는 게 마음이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좋게 봐줘서 좋았다"고 했다.
★결혼? 점점 더 어려워지지만 언젠가는…
'오로라 공주' 이후 시간이 조금 흘렀으니 실제 엄마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엄정화는 여전히 솔로다. 결혼하고 싶어 하는 눈치이나,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결혼은 확신이 생겨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기다리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점점 결혼이 어려워지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제게 언젠가는 올 사람이 있다고 믿어요. 억지로 만나려고 한다고 해도 만나지지도 않잖아요. 말 한마디만 해도 나한테 딱 맞는 사람인 것 알잖아요. 원래 올해가 결혼 목표였는데…."(웃음)
엄정화는 "'몽타주'에서 모정에 사무친 안타까운 엄마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일단 엄마이기 전에 배우이기 때문"이라며 "여자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모성애가 있다고 하지 않나. 거기에 기댔다. 사실 실제 엄마가 되면 이런 역할은 더욱더 맡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짚었다.
엄정화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아이들을 결연해 돕고 있는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다. 좋은 일인데도 다르게 받아들여질까 조심스러워했던 게 인상 깊다. 그는 "그동안 생각만 했지 실천하지 못해서 부끄러웠다. 작년에 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전화를 걸어 참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연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으니 알리는 것도 좋은 것 같다"며 "차인표 씨도 이런 쪽에 워낙 열심히 하니깐 많이 동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랐다. 엄정화는 실종 아동을 돕기 위한 활동과 행사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배우 엄정화를 만난 건 좋지만, 가수 엄정화의 모습을 기대한 팬들은 또다시 기다리게 됐다. 또한 팬들은 '섹시 디바'의 대결을 볼 기회를 놓쳤다. '섹시한 언니들' 엄정화와 이효리가 한 무대에서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새 앨범을 내놓은 이효리와 달리, 엄정화는 이달에 예정돼 있던 음반 계획을 미뤘다. 여러 가지 준비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빨리 가수로서도 팬들 앞에 나서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엄정화. 하지만 최근 새 앨범을 낸 선배 조용필을 보고 마음이 진정됐다. "후배들한테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좋아했다.
★가수 복귀의 꿈, 조용필 선배 성공 보고 힘 내
"급하게 서두르기보다 멋지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올해 데뷔 20년이기 때문에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컸죠. 일단 콘서트도 하고 싶은데, 목 컨디션도 그렇고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곧 준비할 거예요. (이)효리도 '언니, 어서 빨리 준비하라'고 했었는데…. 시간이 맞았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준비가 안 돼 아쉬워요."(웃음)
엄정화는 여자 후배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그는 "예전부터 서른 살 후반이 되면서 멋지고 힘을 좀 낼 수 있는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렇게 꼽아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라며 "앨범을 낼 수 있고, 작품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며, 내 일을 잘해 나가는 것이 후배들에게도 좋은 기회와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고 했다.
10년 후도 생각해봤을까? "10년 후를 바라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는 항상 내가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고 산 것 같아요. 그 감정이 억울한 게 있지만, 지금이 정말 좋아요. 나중에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엄정화는 '몽타주'에 참여하면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든 자기를 위해 남을 희생할 수는 없는 것 같다"며 "공소시효가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왜 죄가 없어지는 건지, 안타까운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공소시효의 문제점을 지적한, 신념에 가득 찬 발언이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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