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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의 시와 함께] 그리운 나무-정희성(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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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제25회 수상작(2013년)

정희성 시인의 주머니엔 늘 습작 원고가 들어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시를 꺼내어 낭송하고 더러 의견을 듣기도 한다. 몇날 며칠을 마음에 들 때까지 삶의 현장에서 퇴고를 거듭한다. 신경림 시인은 습작을 벽에 붙여 놓고 그 앞을 오갈 때마다 읽어보고 첨삭을 한다. 정성된 퇴고는 태작을 낳는 법이 거의 없다. 퇴고는 화장을 하는 과정이 아니라 화장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과정이다. 감동의 순간을 가장 근접한 지점-맨얼굴-까지 드러내는 과정이 퇴고다.

2010년 봄이었을 것이다. 정시인이 안동으로 여행 왔을 때 나는 술잔이 오가는 자리에서 이 시를 직접 들었다. 저음이지만 따사로운, 차분하지만 결기 있는 시인의 목소리로 이 시를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때는 물론이지만 이 시를 처음 발표하던 2010년 가을에도 도입부에는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도 하지"라는 표현이 있었다. 어느 시낭송 자리에서 김남조 시인이 이 시를 듣고는 앞의 두 줄을 빼면 아주 훌륭한 시가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정시인은 곧장 알아듣고 이렇듯 군더더기 없는 감동의 맨얼굴을 얻은 것이다. 살갑고 겸허한 노시인들의 수작이 맨얼굴로 아름답다.

시인 artand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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