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시들은 저마다 도시를 상징하는 문화축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센강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영국 런던은 템스강을 도시의 문화와 경제의 중심축으로 발전시켰다. 일본 교토는 천년의 사찰과 전통문화를 도시의 브랜드로 만들었고, 스페인의 산티아고는 순례길 하나로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대구의 미래를 이끌 문화축은 무엇이어야 할까?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금호강과 팔공산이다. 금호강은 대구 시민의 삶을 품어온 생명의 강이며, 팔공산은 천년을 넘어 대한민국의 정신을 지켜온 민족의 영산이다. 이 두 자산을 하나의 문화관광벨트로 연결하는 일은 관광정책을 넘어 대구의 미래 전략이 되어야 한다.
금호강은 선비들이 배를 띄우며 시를 짓고 학문을 논했던 선유문화의 무대였으며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대구의 품격과 정신을 담아낸 문화공간이었다. 오늘날 금호강은 유원지와 산책로를 넘어, 선유문화 재현, 야간 수변공연, 나룻배와 정자가 어우러져 국제문화행사가 펼쳐지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강으로 발전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 문화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팔공산으로 이어져야 한다.
신숭겸 장군의 충의(忠義)정신, 영조대왕의 효심과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던 파계사, 대구 5천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실인, 고려(KOREA)가 국난 극복을 염원하며 조성한 초조대장경은 펜으로 전쟁을 눌리친 인문학의 숭고한 정신이다. 또한 동화사에는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위해 승병을 이끌었던 사명대사의 호국정신과 3.1운동의 민족의식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팔공산은 왕실문화, 고려문화, 호국문화, 불교문화가 한곳에 살아 숨 쉬는 대한민국에서도 보기 드문 역사문화권이다. 여기에 세계인이 찾는 템플스테이와 명상, 치유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한다면 팔공산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세계적인 웰니스 문화도시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팔공산의 날'을 제정하여 시민과 함께 팔공산의 역사와 자연을 기념하고, 금호강을 정비하여 생태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금호강과 팔공산을 잇는 길목마다 대구의 지명을 간직한 대구아리랑과 달구벌입춤과 같은 국악 작품이 어우러지고 선유문화와 불교문화, 지역축제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문화관광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팔공산 일원에는 국립 수준의 문화 인프라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국악과 전통문화, 치유와 명상을 아우르는 문화시설은 대구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와 관광산업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미래의 경쟁력은 공장을 더 많이 짓는 데 있지 않다. 도시만의 이야기와 정신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가치로 만드는 데 있다.
금호강은 삶의 강으로, 팔공산은 정신의 산으로, 대구아리랑과 달구벌입춤은 시민들의 춤과 노래로 이어질 때 대구는 산업도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도시, 나아가 세계인이 찾는 문화도시로 우뚝 설 것이다. 천년의 역사와 미래의 비전은 결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금호강이 흐르고, 팔공산이 품은 천년의 시간이 이어질 때, 대구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자원을 찾는 일이 아니라, 우리 곁에 오래도록 함께해 온 가장 소중한 자산을 하나의 비전으로 연결하는 용기와 실천이다. 그날이야말로 우리 대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만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자발적 퇴사 청년도 실업급여 준다…생애 1회, 월 최대 100만원
"스타벅스 가야지" 외쳤던 배재고 학생 2명, 결국 중징계
호남서 백지화된 댐 6곳 용수량 69만t… 반도체 클러스터 필요량 넘는다
[부산에도 밀리는 대구] 동성로 지나쳐도 해운대는 꼭 간다, 외국인 관광객 16배 차이
"부동산도 주식도 잘못했다"…국민 절반 이상, 정부 경제정책 '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