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푼이라도…점심시간 맛보다 싼 곳에 우르르

구내식당 이니, 날마다 북적…출근때 도시락 싸오기도

20일 대구 중구 한 사무실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직접 싸 온 도시락을 함께 먹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0일 대구 중구 한 사무실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직접 싸 온 도시락을 함께 먹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남구청 4층 구내식당은 정오가 되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새통을 이룬다. 120석인 남구청 구내식당 하루 평균 이용객은 170여 명. 식당 이용객들로 장사진을 이뤄 보통 15분은 기다려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봉덕시장이 위치해 있고, 주변에 식당가가 형성돼 있지만, 구내식당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구내식당 한 끼 밥값은 3천원. 일반 식당 밥값이 7천~8천원임을 고려하면 직장인들의 얇은 지갑 사정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경기불황과 고물가로 직장인들이 점심값 지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루 한 끼라도 싸게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구내식당'도시락 인기 최고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남녀 직장인 768명을 대상으로 '점심비용과 메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를 선정할 때 눈여겨보는 것은 '맛'(74.2%)보다 '가격'(82.0%)으로 드러났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올해 직장인 평균 점심값은 6천219원. 5년 전 5천193원하던 평균 점심값이 6천원을 돌파하면서 비싼 점심을 해결하기 위한 각양각색의 방법들이 쏟아지고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이 있는 반면 구내식당이 없는 직장인들은 저렴한 식당을 찾아 헤매거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직장인 이모(45'여'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수년째 점심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고 있다. 대구 도심에 위치한 이 씨의 회사 주변 식당 밥값은 평균 8천원 이상. 구내식당이 없어지면서 꼼짝없이 매 끼니를 사먹게 된 이 씨가 생각해 낸 고육지책은 '도시락 싸기'다. 이 씨가 도시락을 싸기 시작하면서 사무실 내에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4, 5명 정도의 동참자가 생겼다. 이 씨는 "아침에 조금 귀찮아도 도시락을 싸오면 하루에 8천원, 한 달이면 16만원을 아낄 수 있다"며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은 데 밥값이라도 한 푼 아껴보기 위해 도시락 싸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년 차 직장인 성모(25'여'대구 달서구 장기동) 씨도 지난해부터 도시락 족에 합류했다. 성 씨는 처음 2, 3달은 식사를 바깥에서 먹고 오거나 시켜먹었다. 하지만, 매달 10만원 이상 빠져나가는 식비는 많지 않은 월급에 큰 부담이었다. 성 씨는 "도시락을 싸오면 식비도 아낄 수 있고 조미료를 쓰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매일 도시락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나 홀로 점심'도 느는 추세

편의점이나 도시락 전문 업체에서 파는 저렴한 도시락을 이용하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박모(28'여'대구 동구 율하동) 씨의 점심 단골 메뉴는 '편의점 도시락'이다. 샌드위치, 삼각김밥, 컵라면 등 다양하게 먹어도 다 합하면 4천원을 넘지 않는다. 인근에 위치한 도시락 전문 업체도 애용하는 곳 중 하나다. 3천~5천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회사에서 매달 식비로 10만원이 나오지만 일반 식당에서 밥을 사먹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박 씨는 "아침에 도시락을 싸올 시간도 없고 식비로 일반 식당에 가서 밥을 사먹으면 오히려 내 돈을 보태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장 도시락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도시락 전문 업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솥도시락 대구 영업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대구'경북지역 53개였던 체인점은 3년 사이 84개로 늘어났다. 매출도 전년 동월 대비 8% 이상 상승했다. 이곳 업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2천700원짜리로, 매출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솥도시락 대구영업팀 하상국 팀장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도시락이 2천~3천원대의 저렴한 도시락으로 주로 10대 학생부터 20, 30대 직장인들이 주 고객층이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도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 점심 식사로 꼽힌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전년대비 도시락 매출이 52.4%나 올랐으며, 같은 기간 삼각김밥은 33.9% 매출이 올랐다. 지난해 도시락 구매자는 20, 30대 젊은 층이 54.1%로 가장 많았으며 점심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24.4%)가 이용객들이 몰리는 시간대로 조사됐다.

직장 동료와 점심을 함께 먹어도 서로 계산하겠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선배들은 후배들 밥값 챙겨주기가 부담스러워 점심시간이 되면 혼자 식사를 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40'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4, 5명만 먹어도 식비로 4만원이 훌쩍 넘어 후배들이 밥 사달라고 할 때가 제일 무섭다"며 "비싸서 사주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싼 것을 먹으라고 말하기도 어려워서 어떤 때는 혼자 먹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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