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따져 보셨나요, 고교 내신 절대평가

여름방학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고3 수험생들은 11월 수능시험 공부에 대입 수시모집 전략을 짜느라 여름방학에도 한숨을 돌릴 겨를이 없다. 이맘때면 머리가 복잡하기는 중3 학생과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고교를 선택하는 게 대학 입시 준비에 유리한지, 어느 고교가 적성에 맞을 것인지 미리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 종류가 다양해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등을 생각 중이라면 자기주도학습 전형에 대비해야 한다. 또 내년부터 고교 내신 성적이 절대평가로 매겨지게 된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고교 선택을 돕기 위해 고교 유형과 그에 따른 특징 등 고입 전형 전반에 대해 살펴봤다.

◆복잡한 고교 유형, 어디로 가야 할까

한때 고교가 인문계고와 전문계고로만 구분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특목고, 자사고, 자율형 공립고(이하 자공고),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일반계고로 다양하다. 원서 접수 시기에 따라서는 전'후기 고교로도 나눌 수 있다.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가 전기 고교이고 일반계고(자공고 포함)가 후기 고교다. 특목고라고 하면 외국어고, 과학고를 떠올리는 게 보통이지만 국제고, 마이스터고, 체육고, 예술고도 특목고에 속한다.

무엇보다 학생, 학부모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자율'이라는 이름이 붙는 고교다. 자율형 고교는 크게 자사고와 자공고로 나뉜다. 자사고는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보장돼 학생 수준과 진로에 맞춰 전문교과를 집중 이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대구 자사고는 경신고, 경일여고, 계성고(남녀 공학), 대건고 등 4개교. 대구 학생들만 지원 가능하다. 하지만 경북 자사고인 김천고와 포항제철고는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자공고는 공립 일반계고 가운데 교과군별 이수 단위를 학교 자율에 따라 50% 증감할 수 있어 교과 편성이 다른 일반계고보다 자유롭다. 대구 경우 지난해 8월 전환이 확정된 포산고를 더해 모두 13개의 자공고가 있으며 경북은 9개교다.

'자율'이라는 명칭이 붙는 고교는 더 있다. 경북의 '농어촌 자율학교'인 풍산고와 영양여고가 그곳. 이들 고교 역시 김천고, 포철고처럼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고교 선택의 변수, 내신 절대평가제

대학입시에선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내신 성적 실질 반영 비율을 계속 낮춰 왔다. 내신 등급 간 실제 대학에서 부여하는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 바꿔 말하면 대학들이 각 고교의 내신 성적을 그대로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내신 성적을 따질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 자사고 출신 학생들을 더 선발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 술 더 떠 앞으로 대입에선 내신 성적의 영향력을 더 낮출 것으로 보이는 정책이 시행된다. 2014년 고교 1학년, 즉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 고교 진학 후에는 내신 성적을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매긴다. 학교 내에서의 과도한 성적 경쟁을 완화, 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게 목적이지만 이로 인해 특목고, 자사고 출신 학생들은 날개를 단 격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오종운 평가이사는 이번 고입부터 특목고와 자사고에 성적이 좋은 중학생이 대거 몰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오 이사는 "최근 특목고의 경쟁률이 하락하거나 정체된 주된 이유는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어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며 "내신 성적 절대평가제를 시행하면 이 같은 불이익이 없어지고 우수 학생 선발에 따른 면학 분위기, 학습 효과 등을 고려한 상위권 중학생들의 지원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신 절대평가제가 시행되면 각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출신 고교의 학력 수준에 따라 같은 내신 등급이라도 실제로는 다르게 평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 상위권 대학일수록 내신 성적을 평가하기보다 논술이나 구술 면접 등으로 변별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목고, 자사고 진학이 대학 진학 지름길?

특목고에 가기 힘들다면 자사고라도 가야 한다며 자녀를 다그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대학 진학에 보다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사고 경우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로워 수시로 변하는 대입 제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위권 대학의 수준 높은 대학별 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심화학습이 필요하다면 자사고에 진학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녀가 3년 동안 생활할 고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장차 자녀가 어떤 일을 할지 진로를 정한 뒤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슨 공부가 필요할지 파악하고 대학을 결정하는 것이 순서. 그다음이 진학할 고교 유형을 정하는 일이다.

(사)지식플러스 교육연구소 김기영 연구실장은 자사고, 일반고 중 어디에 진학해야 좋은 대학에 보다 쉽게 갈 수 있느냐를 따지기보다 자녀가 어떤 학생인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자사고에 들어간 뒤 치열한 경쟁과 빠른 학습 진도 등에 적응하지 못해 일반계고로 전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학부모들은 자녀의 적성과 성격, 생활 태도, 학습 능력 등을 살핀 뒤 자사고에 진학할지 결정하는 게 좋다"고 했다.

수성구 한 고교 교사는 "이른바 명문대에 진학하고 싶다면 일반계고 학생도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 수준의 공부를 해야 한다"며 "일반계고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경우 학교 측에 고급 물리, 국제 경제 등 특목고와 자사고에서 진행하는 전문 교과 개설, 학술 동아리 활동 활성화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 어떻게 준비할까

특목고와 자사고에 진학하고 싶다면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대비해야 한다. 이 전형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결과와 인성을 중심으로 각 고교의 입학전형위원회에서 창의력과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것. 대입의 입학사정관전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대구에선 대구일과학고와 대구외국어고 등 특목고, 자사고 4곳, 포산고, 대구제일고 미술중점과정이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실시한다. 경북은 경북외국어고, 경북과학고, 경산과학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김천고, 포항제철고), 자공고 외에 일반계고 23개교가 자기주도학습전형 실시 고교다.

대구시교육청 김현우 장학사는 "전기 고교에 합격(미등록자 포함)하면 다른 전'후기 고교에 지원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고교를 선택해야 한다"며 "포산고 경우 자공고지만 모집 정원의 일정 비율을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하게 돼 있어 하반기 발표될 최종 모집 요강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 제출 서류(자기계발계획서, 교사 추천서, 학생부) 또는 내신 성적으로 모집 정원의 1.5~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의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구 자사고 경우 내신 성적이 30% 선이면 지원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 전형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부 관리다. 특히 출결 상황, 교과학습 발달 상황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교과학습 발달 상황은 내신 성적을 알 수 있는 항목. 고교에 따라 반영 교과, 학년별 반영 비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령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영어, 과학고는 수학과 과학 교과를 반영한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김희동 소장은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중에는 학생부를 외면한 채 교외 대회 등 수상 실적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의 중학교 시절 활동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자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가 학생부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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