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도시 발전의 조건

1970년대 말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 지도부는 심천이라는 작은 도시를 주목했다. 인구 3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홍콩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 때문에 화교자본을 유치하기에 적합했다.

1980년 중국 정부는 첫 번째 경제특구로 심천을 정했다. 당시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우대 정책이 심천 특구에 적용되었다. 세수 감면, 저렴한 토지 제공 등 정부의 다양한 특혜와 더불어 중국 각지에서 우수한 인력까지 몰려들면서 심천은 30년간 고성장을 거듭했다. 2012년 현재 심천은 인구 1천만 명을 넘는 대도시로 발전했다.

이처럼 중국과 홍콩을 연결하는 통로에 불과했던 심천이 현재 홍콩보다 큰 도시로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투자 유치, 관광객 증가, 국제화 추진 및 고급인력 확보 등 도시 발전의 네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었기에 가능했다.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도시 발전의 최대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투자 유치는 우선 도시 지역의 생산, 수출, 고용 및 소득을 증대시킨다. 또 투자 기업의 수익은 도시의 주요 세수 원천이자 재투자 자금이 된다. 아울러 인프라 개선, 관련 산업의 발전 등 투자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규제 완화, 세금 감면, 금융 우대, 토지 사용 등에서 우대 정책을 제공한다. 특히 전담 인력을 배치해 투자 유치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연결된 지원을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심천은 특구 지정 초기부터 국내외 기업의 투자가 몰려들었다.

관광객의 증가도 도시 발전에 유리하다. 관광객들의 소비는 도시 지역의 소득으로 직결되며,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 개선은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도시에 대한 관광객들의 평판은 도시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며, 관광객이 바로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심천의 경우 중국의 첫 번째 경제특구 및 홍콩과 인접했다는 특징 외에도 매일 일어나는 기적 같은 도시의 변화 등 스토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천을 보러 갔다가 그대로 눌러앉은 경우도 있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러 왔다가 바로 투자를 단행한 기업도 있다.

국제화 추진은 도시 발전의 필연적 추세다. 심천은 개발 초기부터 국제도시 건설을 목표로 했다. 인근 홍콩 기업의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대만, 동남아 및 세계 각 지역의 화교자본을 끌어들이고, 또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결국 심천은 생산 기지 및 수출 기지로 육성되었고 다양한 제품들이 심천에서 만들어지고 각 지역으로 보내졌다. 외국어 표시 확대 및 정보의 외국어화와 더불어 외국의 고급인력들이 몰려들고 글로벌 기업 투자가 급증했다. 현재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200개에 육박하는 기업들이 심천에 투자를 했으며 심천은 19년 연속 중국에서 수출 총액이 최대인 도시로 성장했다.

도시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 고급인력 확보다. 고급인력을 확보해야 도시 발전의 비전을 창조적으로 제시할 수 있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국내외 투자와 관광객을 유치하고 국제화가 가능하다. 보통 고급인력은 안착 지역을 선택할 때 연구, 직장, 생활, 문화 등의 환경을 고려한다. 연구 환경으로는 연구 인프라, 인적 자원 및 교육 환경 등이 있다. 직장 환경에는 재직 기관 내에서의 근무 여건, 임금 수준, 직업의 안정성 등이 있으며, 생활 환경에는 주거, 건강보험, 자녀 교육 등이 포함된다. 문화 환경에는 사회적 인식, 언어의 차이 및 외국인에 대한 태도 등이 있다. 이러한 조건이 만족되어야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고급인력은 유치하기 어렵지만 일단 확보하면 도시 경제 발전에는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심천은 도시 발전에 필수적인 투자 유치, 관광객 증가, 국제화 추진 및 고급인력 확보 조건을 모두 갖췄다. 2012년 심천은 중국 내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홍콩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중국에서는 최초로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선 도시로 성장했다. 대구시를 보자.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조건을 갖고 있는가. 어쩌면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시작하자. 모든 것을 동시에 추진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제일 먼저다. 이들을 통해야만 도시 발전의 기적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창도/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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