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만회 NH무역 전무이사는 식사시간에 김치 먹는 것을 꺼려한다. '금치'라는 신조어가 생긴 2년 전 가을, 배추와 무의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폭등하자 밤을 새워가며 대책 마련에 부심했던 여파 때문이다. 당시 그는 농협중앙회 원예특작부장으로 배추 파동을 전담했다.
배추 예약 판매 제도를 도입하는 등 안정적인 수급 모델을 꺼내 들어 가까스로 사태를 진정시키고 호평을 받았으나 지금도 그의 수저에 담긴 김치의 양은 인색하다.
"자고 일어나면 올라 있는 배추 값의 상승세가 무서울 만큼 잔인해 보였습니다. 당장 진정시킬 수도, 내놓을 해법도 없어 보였습니다. 배추 값 상승에 울상 짓는 서민들 생각 때문에 저부터라도 김치를 아껴 먹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 이사는 최근 생산-소비자 직거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배추 파동을 통해 농산물에 대한 안정적 수급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에서 그는 채소사업소를 설치해 1만 t에 불과한 배추'무 사업물량은 1년 사이 5배로 늘리고 농촌과의 연합사업 내실화로 산지유통의 기반을 구축했다. 또 노지'시설채소 및 17개 과실에 대한 계약재배사업을 확대해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특히 김치 사업 분야는 '아름찬'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국내 최초로 유럽수출 라인을 확보하기도 했다.
권 이사는 "국내 농산물 경쟁력을 위해 안전성에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증산이 목표였던 산업화시기 부터 진행된 관행농업의 이면에는 위험 요소가 숨어 있다"며 "국내외적 요인들로 농업의 경쟁력 자체가 위태로워지기도 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
식품 안전을 위해 그는 "문제의 해답은 공생과 순환의 원리, 지혜에서 출발한 우리 선조들의 전통농업에 있다. 배앓이에 진통제를 먹는 것이 아니라 '엄마 손은 약손'을 노래하며 배를 쓰다듬어 주는 어머니가 문제해결의 키포인트"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먹거리 안전'은 '사회 안전'과 직결된다.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 몸을 지탱하고 온전히 몸이 된다. 또 우리가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지금 당장의 합리적 가격보다 생태계와 생명 존중과 미래 식량주권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친환경농산물을 소비하면 스스로 건강해질뿐더러 농업 경쟁력도 함께 살릴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흔히들 얘기하는 '상생'이다"고 강조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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