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금융회사 경영 악화가 낮은 수수료 때문인가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의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금융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16일 "금융회사의 당기순이익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전년에 비해 반 토막이 확실시되고 있다"며 "원가 분석을 통해 적정한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마치 금융권의 수익 격감이 수수료 때문이란 것처럼 들린다.

이는 한마디로 경영 악화 책임을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수익이 급감한 것은 무엇보다 '금리 천수답' 구조 때문이다. 은행권의 경우 이자 이익 비중(지난해 1분기 기준)은 88%에 이른다. 미국(65%), 프랑스(41%), 영국(44%), 일본(69%)보다 엄청나게 높다. 이 같은 극단적 금리 의존 구조하에서 저금리는 수익 격감을 낳을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권 수익 모델의 구조적 후진성이 수익 감소를 부른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그렇다면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 자체 구조 조정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국내 금융권의 평균 연봉은 은행의 경우 8천800여만 원에 이르고 어떤 곳은 1억 원이 넘는다.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은 많게는 30억 원에 달하는 등 더 입이 벌어진다. 이런 현실은 그냥 둔 채 수익이 줄었으니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것은 금융권의 고액 연봉을 위해 국민의 주머니를 털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국민을 편리한 현금인출기로 여기는 철면피적 발상이다.

한발 양보해서 수수료를 올리려면 최소한 수수료 수익이 줄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은 탐욕이란 비판에 밀려 2년 전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2009년과 2012년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늘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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