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육상트랙 국제규정 아무도 몰랐다

대구시·삼성물산·감리, 설계부터 총제적 무지

7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이고도 '웜업장'(Warm up area) 시설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규정에 못 미쳐 반쪽자리 육상진흥센터가 될 우려가 커진 것은 발주처인 대구시, 시공사인 삼성물산, 감리업체 등의 무지에서 비롯됐다. 육상진흥센터 건립 전 과정에서 육상 전문가가 단 한 번도 관여하지 않은 채 공사가 강행되면서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

육상진흥센터는 대구시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과정에서 IAAF에 육상아카데미 설립을 약속하면서 추진됐다. 육상 인구 저변 확대와 육상 경기력 향상을 위한 기반 시설 조성 차원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대구시가 건립 예산과 운영 주체에 대해 논란을 거듭하면서 2008년에야 사업 계획이 확정됐다.

입찰 과정 실무는 '2011 육상지원단'이 맡았다. 대구시는 입찰안내서 용역을 동우E&C에 줬고, 삼성물산과 S건설이 이를 바탕으로 2009년 응찰했다. 두 회사는 2009년 12월 기본설계도를 육상지원단에 제출했고, 육상지원단은 이를 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전달했다.

토목, 건축, 구조, 전기, 설비, 기계 등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건설기술심의위는 삼성물산을 최종 시공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건설기술심의위에 육상 관련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입찰 실무를 맡은 육상지원단이 웜업장 시설이 IAAF 규정에 적합한지 여부를 체크해야 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탓에 아무도 이 부분을 점검하지 못했다. 건설기술심의위도 건축, 설비 분야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탓에 웜업장에 대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는 없었다.

당시 육상지원단 관계자는 "웜업장에 대해 아무도 몰랐고 어느 정도 규모여야 하는지도 잘 몰라 검토를 못했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건설기술심의위에 육상 관련 전문가를 포함해야 할 규정이 없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3월 육상지원단은 삼성물산과 턴키(Turn Key)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기공식을 거쳤다. 이와 관련, 대구시의 한 관계자는 "2011대회를 1년여 앞두고 공무원들이 대회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또 삼성물산이 턴키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 탓에 글로벌업체의 역량을 의심 없이 믿은 것이 화근이 됐다"고 진단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입찰안내서에 '본 시설이 IAAF 시설 규정을 충족해 국제경기대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기본 설계를 수행한다'는 조항이 들어갔고, 시설 규정 자료집에는 6개 레인의 50m 직선 주로, 경기트랙과 유사한 표면의 도약시설, 포환던지기 투척연습 지역, 4개 레인을 갖춘 150m 원주가 포함된 웜업장을 반드시 설치토록 돼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입찰안내서대로 시공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입찰안내서를 작성했고, 감리까지 맡은 동우E&C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우E&C가 입찰안내서를 작성한 탓에 육상진흥센터의 전반적인 시설 등에 대해 이미 숙지를 한 상태였지만 감리 과정에서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동우E&C 관계자는 "감리 과정에서 이런 세세한 부분을 챙기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기획취재팀=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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