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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단언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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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3 담임을 처음 했을 때 한 학생에게 배치표상으로 점수가 많이 남아서 "너는 확실히 된다"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그해 그 과에 하향 지원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그만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그 학생은 정시에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나는 입시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경솔하게 말했음을 반성하고, 그 뒤로는 절대로 100%라고 말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된다'라는 단정적인 표현보다는 '될 것 같다' '될 가능성이 있다'와 같은 표현을 주로 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같다'를 많이 쓰는 것에 대해 일부 언어학자들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20년 가까이 주장하고 있으며, 교과서 문법 문제에서도 잘못된 언어 표현의 예로 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판단마저도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과 모호함은 바른 언어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옷 잘 어울려?"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잘 어울려"라고 말하지 않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이 크게 잘못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의 옷이 다른 옷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확신이 없어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고, '내 마음 나도 잘 몰라' 하는 노랫말처럼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것은 흔히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비유가 된다. 최대한 많이 만져 보면 만져본 것들을 조합해서 코끼리는 기둥 같은 다리를 가지고 있고, 벽체 같은 몸통이 있으며, 부채 같은 귀가 있다는 식으로 실체에 근접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은 완전하지 않다. 일제강점기 안동에는 조선 최고의 파락호로 불렸던 김용환이라는 분이 있었다. 사람들은 김용환을 보고, 딸의 혼수 비용까지 노름으로 탕진한 비정한 아비로 욕을 했다. 그러나 훗날 김용환이 탕진했다고 알려진 재산들은 독립군의 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음이 밝혀졌다. 독립군 자금 모금이 어렵던 시절 일제의 눈을 피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파락호 행세를 하고 다녔던 것이다. 당대 사람이라면 김용환의 겉만 보고 누구나 김용환이 망나니라는 것에 동의했겠지만 그것은 실체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요즘 광고에서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카피가 여러 패러디를 낳으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단언컨대'라는 말이 일상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말이라 상당히 엄숙해 보이면서 신뢰감을 주는 면이 있긴 하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메탈보다 더 나은 물질은 얼마든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단언'한다는 것은 그 가능성을 닫아 버리는 것이 된다. 굳이 이와 같은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같다'를 많이 쓰는 데서 생기는 문제보다 좁은 시야로 '단언'을 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은 것 같다.

능인고교사 chamt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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