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심연료단지 주민 20% 폐질환

3천여명 1차 건강검진, 320명 진폐증 대상자…분진과 인과관계 조사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1차 주민 건강영향조사 결과, 상당수 주민이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역학조사를 통해 폐질환이 연료단지의 분진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연료단지 내 업체를 상대로 한 주민들의 피해보상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연구책임자 임현술 교수)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난 6월 17~28일 연료단지로부터 반경 500m 이내 2천88명을 포함해 안심 4개 동의 45개 통 주민 5천348명을 대상으로 1차 건강검진을 벌였다.

1차 검진에 참여한 주민은 모두 3천135명(만 40세 이상). 이 가운데 20% 수준인 600여 명이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폐에 결절이 있거나 폐의 일부가 팽창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쭈그러든 무기폐 등 증상이 심한 320여 명이 2차 검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서 지난해 연료단지로부터 반경 300m 이내 주민 187명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에서 18명이 폐질환을 앓는 것으로 드러난 것과 비슷한 비율이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폐쇄성폐질환'의 만 40세 이상 유병률은 2011년 12.5%였다. 폐쇄성폐질환은 기관지염이나 폐기종 등에 의해 호흡된 공기의 흐름에 폐쇄를 가져오는 만성질환이다.

특히 2차 검진 대상으로 고려되는 주민 320여 명 중 적게는 50여 명에서 많으면 절반에 가까운 150여 명이 진폐증 의심환자로 분류될 수 있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진폐증 의심환자 중 10여%가 흡연을 하거나 연료단지에 종사했을 가능성이 낮은 여성이어서 주민 중에서 상당수의 진폐증 환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흉부방사선(X-Ray) 판독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기관 3곳에서 폐질환자와 2차 검진 대상자, 진폐증 의심환자 등을 각자 분석한 뒤 종합적으로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폐질환자와 2차 검진 대상자 수에 대해선 잠정 합의된 상태고, 최종적으로 진폐증 의심환자 수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연구진 측은 "다만 진폐증이 흉부방사선 검사상으로는 결핵과 비슷하기 때문에 폐결핵 증상이 진폐증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진폐증 환자는 2차 정밀검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2차 검진 대상 주민들은 이달 26일부터 하루에 20~30명씩 동국대 경주병원을 찾아 흉부 컴퓨터 단층촬영검사(CT)와 폐기능검사, 기관지 내시경 및 동맥혈 탄소분압검사 등의 검진을 받을 계획이다.

은희진 안심지역 비산먼지대책위원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2차 검진 대상자와 진폐증 의심환자 수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료단지 종사자 이외 주민 중에 진폐증 환자는 한 명도 나오면 안 되는데 현재 상황으로는 상당수 주민이 진폐증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키워드

안심연료단지=1971년 10월 대구 동구 율하동 일대(9만8천485㎡)에 조성됐다. 현재 연탄공장 3곳과 양회(시멘트'콘크리트) 공장 2곳, 아스콘 공장 1곳이 운영되고 있다. 1971년 당시 이 지역에 살던 주민은 2만3천여 명이고 현재까지 거주하는 주민은 1만1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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