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정치 감사 논란을 일으켰던 양건 감사원장이 끝내 사퇴했다. 양 원장은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가 이를 수리한 것이다.
양 원장은 전임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3월 임명됐으며, 잔여 임기를 1년 7개월가량 남겨놓은 상태다. 따라서 양 원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정부 초기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교체설'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꿋꿋이 지켜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양 원장과 청와대와의 갈등설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양 원장이 최근 감사원 인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으며, 양 원장이 청와대가 정치적 중립성에 어긋나는 인사를 하려 한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공석 중인 감사위원직에 장훈 중앙대 교수를 임명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양 원장은 장 교수가 지난해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일한 점을 들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양 원장이 청와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지난달 이명박정부가 '대운하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해 '정치 감사'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에 새누리당 내 친이계를 중심으로 양 원장에 대한 사의 촉구 목소리가 높았으며, 여권 내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한꺼번에 받았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유야 어찌 됐든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이 대통령과의 대립으로 사의를 표명한 모양새가 되고 있어 향후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양 전 원장의 후임 인선에 바로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감사원장으로는 새 정부 초기부터 감사원장 기용설이 나돌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또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과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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