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마 쓸고간 추석 물량, 보험도 안들었는데…"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화재

김범일 대구시장이 29일 화재로 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을 위로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29일 화재로 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을 위로하고 있다.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 상인들이 실의에 빠졌다. 29일 새벽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련상가 A동 건물에서 불이나 지상 2층, 지하 1층 건물 대부분을 태우고 3시간 20여 분만에 진화됐다. 건물 내 점포 32곳이 불에 타 소방서 추산 9억7천700만원 상당의 피해를 냈다.

이번 화재 피해자들은 대부분 소상인들이다. 32개 점포는 계란, 어묵 등을 도소매하는 작은 매장들이었다. 청과나 수산이 아닌 가공식품류 판매가 많은 A동 특성상 상인들 대부분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물량을 대폭 구매해 놓은 상태라 피해는 더 컸다.

한 상인은 29일 오후 화재가 진화된 상가에서 남은 물건들을 추스르고 있었다. 하지만 가게가 전부 불에 타 건질 것이 거의 없었다. 가게 앞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한 상인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깐마늘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추석을 앞두고 미리 구입한 물량이 전부 타버렸다"며 "소매가격으로 환산하면 8억원치였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눈물지었다.

상인들은 구매한 제품 피해는 물론 추석을 앞두고 밀려드는 주문을 받을 터전마저 잃어버렸다.

한 상인은 "추석 대목이라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물량을 준비해뒀는데 불에 타버리는 바람에 임시 영업장이 생겨도 장사를 하지 못할 판이다. 물건이 타는 걸 지켜보는데 눈물만 나더라"며 한숨지었다.

피해 보상 문제도 상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불이 난 건물은 지방재정공제회 화재보험에 가입돼 54억원 한도 내에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상인들은 개별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재산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 게다가 도난이나 화재 등에 의해 발생하는 손해는 도매시장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대구시시설관리공단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계약 때문에 상인들은 피해 복구를 하소연할 곳도 없다.

한편 대구시는 상가 주차장 등의 공간을 활용해 피해 상인들을 위한 몽골텐트를 설치하고 임시 영업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화재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대상으로 긴급 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문의 053)740-2236.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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