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년간 2급수 기준 초과, 운문댐 0개월·낙동강 71개월

대구 상수원 두 얼굴…낙동강 vs 운문·가창댐

올여름 낙동강은 녹조현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무더위가 한풀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10일 강정고령보에 내려진 조류주의보가 경보로, 달성보의 수질예보 관심이 주의로 격상됐다. 특히 강정고령보에 조류경보가 발령된 것은 올해 낙동강에 조류경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낙동강은 대구 시민의 식수원이라는 데 있다. 특히 낙동강은 대구 시민의 다른 상수원인 운문'가창댐 물에 비해 수질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페놀오염 사태부터 최근 녹조현상까지 낙동강 물을 마시는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는 가운데 대구취수원 이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대구시는 간접취수 등 다른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대구 상수원의 두 얼굴

대구시는 낙동강과 운문'가창댐의 물을 각각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대구시민 161만 명(66.3%)가량이 강정고령보 바로 상류에 있는 매곡과 문산정수장의 물을 마신다. 또 다른 대구 시민 82만 명(33.7%)은 운문댐과 가창댐 등 호수의 물을 식수로 쓴다.

구별로 보면 대구 중구와 서구, 남구, 달서구 등의 전 지역과 북구(대현동 일부 운문댐 물), 달성군(가창면 전역 가창댐 물) 등이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반면 동구와 수성구는 운문'가창댐 물을 정수장으로 끌어온다.

문제는 대구시민 3명 가운데 2명이 마시는 낙동강 물이 하천 2급수(이하 2급수) 기준에도 못 미치는 등 운문'가창댐 물보다 수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수질측정자료에 따르면 지난 12년 동안 운문'가창댐은 측정항목별로 2급수 기준을 넘은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낙동강은 기준치를 넘은 비율이 25~49%나 됐다.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의 경우 2급수 기준(5㎎/ℓ)을 넘은 달이 2001~2012년(143개월) 동안 운문댐은 한 번도 없었고, 가창댐은 3개월(2.1%)뿐이었다. 반면 낙동강 취수원 상류에 위치한 성주대교(대구 달성군 하빈면)와 왜관대교(칠곡군 왜관읍) 지점은 2001~2012년(144개월) 동안 각각 71개월(49.3%)과 53개월(36.8%)이나 2급수 기준을 넘었다.

조류발생 등 수질오염에 영향을 미치는 총인(總燐) 항목은 2급수 기준(0.1㎎/ℓ)을 넘은 경우가 12년 동안 운문댐은 한 번도 없었고 가창댐은 3개월(2.1%)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성주대교는 36개월(25%), 왜관대교는 66개월(45.8%)이나 기준을 웃돌았다. 조류농도를 나타내는 클로로필-a 수치도 기준(15㎎/㎥)을 초과한 달이 운문'가창댐은 각각 7(4.9%)'2개월(1.4%)에 그쳤지만, 성주'왜관대교는 각각 62(43.1%)'50개월(34.7%)이나 됐다.

2001~2012년의 연평균 수치를 비교하면 운문'가창댐의 경우 일정하게 낮은 오염도를 유지해왔고, 낙동강은 계속해 높은 오염도를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마다 COD는 운문'가창댐이 대부분 2㎎/ℓ대였지만, 성주'왜관대교는 두 배가 넘는 4~5㎎/ℓ대를 보였다. 총인은 운문'가창댐 0~0.010㎎/ℓ, 성주'왜관대교 0.050~0.150㎎/ℓ였고, 클로로필-a도 운문'가창댐 2~7㎎/㎥, 성주'왜관대교 10~30㎎/㎥ 등 5~15배가량 낙동강이 더 높은 오염도를 기록했다.

◆주민들 불안감…취수원 이전 목소리

1991년 페놀오염 사태부터 최근 녹조현상으로 인한 논란까지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지역의 주민들은 식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나아가 현재 낙동강의 취수원을 구미공단 상류지역으로 옮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서 31년째 살고 있는 김영철(56) 씨는 먹는 물은 정수기를 이용하고 수돗물은 생활용수로 쓰고 있다. 김 씨는 "보를 설치한 뒤 녹조가 창궐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기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창댐 인근 절의 생수를 받아서 먹어본 이웃들이 있는데 물이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남구 대명동 김홍식(63) 씨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깨끗한 식수를 위해선 취수원을 구미 공단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낙동강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기철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는 "취수원의 수질은 운문댐 등 호수에 비해 낙동강이 조금 떨어지지만 오존처리가 가능한 고도정수시설이 있기 때문에 가정에 공급되는 물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취수원 이전 논의 지지부진, 다른 대안도 염두

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돼온 대구취수원 이전 논의는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2010년 8월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2011년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비용편익분석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 논의가 중단됐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를 현안사업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이전 논의는 구미 측의 강력한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구미 측은 대구취수원이 구미로 이전하게 되면 구미시민의 식수와 구미공단 기업체의 공업용수 확보가 어려워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또 새로운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해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정한 대구시 물관리과장은 "낙동강 사업 이후 수량이 풍부해졌고 상수원보호구역 추가 지정도 하지 않는 방안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이전에 큰 문제는 없다"며 "구미시민의 반대로 이전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낙동강 지표수를 이용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간접취수' 같은 다른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검토하고 있는 간접취수란 물은 주변 지하층으로 스며들면서 모래와 자갈을 통해 자연적으로 정수되는 데 이 물을 관정을 설치해 취수하는 방법을 말한다. 간접취수의 장점은 공장폐수 유출 등 돌발적인 오염사고나 가뭄에도 안정적인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계절에 따른 수질 변화가 적고 정수장에서의 처리도 용이한 편이다. 더불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의 필요성은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현재 낙동강 물로 생산하는 하루 수돗물 양인 60만t 만큼의 수량을 간접취수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연 여과가 가능한 토질을 갖춘 지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무리한 간접취수는 지하수위를 떨어뜨려 지반침하 등을 야기할 수 있고, 취수시설의 수명은 15~20년으로 다시 이전하는데 비용이 들어간다. 토양 속의 중금속이 물에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지난해와 올해 녹조현상이 구미를 지나 상주까지 북상한 것에도 보듯 취수원 이전되더라도 수질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로 댐을 건설하거나 취수 관정을 설치하는 방안도 자연환경 파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안 마련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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