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근 순찰 중 파편에 맞아… 시신 확인한 유족들 오열

고 남호선 경위
고 남호선 경위
고 전현호 경사
고 전현호 경사

"오늘 아침만 해도 밝게 인사하던 네가 왜 이 차가운 영안실에 누워있는 거니…."

23일 대구 남구 대명6동 주민센터 인근 2층 건물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로 숨진 대구 남부경찰서 남대명파출소 남호선(52) 경위와 전현호(39) 경사의 유족들은 비보를 듣고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시신이 안치된 대구가톨릭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시신을 확인한 유족들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장례식장과 이들이 근무했던 남대명파출소는 시종일관 침통한 모습이었다. 유족들은 고인이 된 가장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남대명파출소는 동료를 잃은 슬픔을 억누르며 사고 수습에 여념이 없었다.

남 경위와 전 경사는 이날 사고현장 주변을 걸어서 순찰하던 중이었다. 남대명파출소에서 같이 근무한 한 직원은 "오후 11시 45분쯤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순찰 나간 남 경위와 전 경사에게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그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이 사고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직후 남대명파출소 직원들 중 일부는 동료의 시신이 안치된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향했고 일부는 파출소 안에서 피해 상황을 보고하느라 분주했다.

동료 직원들은 남 경위와 전 경사가 평소에도 성실한 태도로 근무에 임한 경찰관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동료 직원은 "남 경위와 전 경사는 파출소 내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가장 성실한 경찰관들이었다"며 "본분에 맞게 성실하게 근무하다 당한 사고여서 같은 경찰관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비보를 듣고 달려온 숨진 남 경위의 가족들은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남 경위의 유족은 "도저히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오늘 아침에만 해도 아프신 어머니를 걱정하며 출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 경위는 20여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극진히 보살피며 사고가 난 23일도 출근 전에 병상에 계신 어머니를 간호한 뒤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경사의 유족들도 시신을 확인한 뒤 충격과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했다. 전 경사의 동료는 "전 경사의 부인이 폭발사고에 관한 뉴스를 보고 직접 파출소로 전화했고, 전 경사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혼절했다"며 "두 부부 사이에 6살, 1살 아이가 있어 한참 키우는 재미를 느낄 때인데 갑자기 저세상으로 갔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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