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영 장관 사임…안팎으로 꼬이는 朴 복지정책

"책임 통감" 사의 이메일…기초연금안 靑과 갈등설, 靑 "무책임"

박근혜 대통령과 10년가량 정치적 보조를 같이해 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박근혜 내각'을 떠나겠다고 밝히면서 박근혜정부의 복지가 꼬이고 있다.

진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저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사임하고자 합니다"라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복지공약 이행의 어려움에 대한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을 느껴 사퇴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대선 당시 당 정책위의장으로 대선공약 입안에 참여했고, 대선 후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새 정부의 방향을 설계한 당사자로서 책임지겠다는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퇴의 결정적 이유가 '청와대와의 갈등'이라는 시각이 많다. 진 장관은 이달 초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공약과 달리 소득기준을 적용하는 안을 보고했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반발을 줄이자는 절충안이었지만 연금체계의 틀을 다시 짜겠다는 애초 안과 거리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약한 틀로 안을 다시 마련해 오라"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 일각에서는 진 장관이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덜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박근혜호가 취임 후 가장 큰 풍랑을 만났는데 진 장관이 항로가 맘에 안 든다고 혼자 살겠다며 배에서 뛰어내렸다"고 비판했다. 한 친박 의원은 "진 장관은 한때 '친박'의 울타리를 벗어났다가 박 대통령이 다시 품어줘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맡았는데 이런 식으로 '개인 플레이'를 하면 되느냐"고 못마땅해했다.

청와대의 분위기는 더욱 격앙된 모습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진 장관의 사표 제출로 인해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을 지키려 하는데 대통령이 어긴 모양새가 된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대통령을 끝까지 호위하며 국회와 국민을 자신이 직접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떠날 수 있느냐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여권 인사는 "기초연금 공약 수정 등으로 국민적 여론에 부딪힌 박근혜정부의 복지 분야는 사령탑인 진 장관의 사임으로 더욱 수렁에 빠지게 됐다"면서 "빨리 수습하지 않는다면 당장 10'30 재보선은 물론 내년도 지방선거에 여권의 참패로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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