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없으며 이지원(e知園)에서 삭제됐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민주당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검찰은 대화록이 김해 봉하마을 사저(봉하 이지원)로 유출됐다가 반납된 과정에서 대화록 삭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수사과정에서 복원했다.
▶문재인에게 쏠린 눈
18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그는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대통령기록물 이관 업무를 총괄관리했다. 문 의원은 지난 7월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 대화록이 없을 리 없다"고 주장했고 앞서 6월 말 "국가기록원에 있는 기록을 열람해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둘러싼 혼란과 국론 분열을 끝내자. 기록 열람 결과, 만약 NLL 재획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는 문 의원의 말과 반대였다. 대화록은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고, 초안도 삭제됐다. 문 의원은 2일 "수사가 좀 더 명확해지면 적절한 방법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뒤 지금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노 전 대통령이 NLL 재획정 문제에 대해 직접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시 대화록이 제대로 이관되지 않은 데 대해 문 의원이 '관리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친노의 위기
친노 진영은 문 의원 보호에 나서며 검찰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말 그대로 항전태세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친노 인사들이 대화록 실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일이 밝혀지면 후폭풍이 친노 진영 전체를 덮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아킬레스건인 도덕성, 즉 친노가 대화록이 이관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거짓말을 해 온 것 아니냐는 '거짓말' 논란이 제기되면 상처는 불가피하다. 친노 인사들이 4일 일제히 노 전 대통령 삭제 지시 의혹을 일축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폐기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노 전 대통령은) 국정원의 차기 정부가 정상회담 과정에서 참고하라고 국정원에도 남기라고 했다. 일단 기록은 남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민주당 박남춘 의원도 "그것 하나(대화록)가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대통령기록물 전체를 이관하지 않았다고 분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차기 정부와 차기 대통령이 참고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미 그 대화록을 국정원에 1부 남겼다. 그것은 이번에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듯이 봉하 이지원 사본에 있는 대화록 최종본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은폐하거나 폐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노(非盧) 진영에서는 문 의원이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자신감을 나타냈기 때문에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고 보고 있다. 잠복해 있던 친노 대 비노 간 갈등이 다시 나타나는 듯한 기류가 읽힌다.
▶새누리, "기회 잡았다" vs 민주 "대화록 유출" 방향 틀기
새누리당은 이 국면을 '사초(史草) 폐기'로 프레임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감추려고 고의로 대화록을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언제 폐기했는지 수사해 일벌백계하라.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의원은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아예 '대화록 음원'을 국민에게 공개하자고까지 거론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발표가 중간수사이니만큼 검찰이 신속하게 논란을 매듭지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이 대화록을 사전에 입수한 경위까지도 면밀히 수사하라고 역공세를 폈다. 김한길 당 대표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박근혜 대통령 당시 선거캠프에 사전 유출된 의혹과 대선 유세 활용 의혹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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