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을 요청하는 남편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충은 부인의 가정소홀이다. 물론 그 가정소홀이라는 뚜껑을 열면 그 안엔 오만 가지 못마땅한 불평덩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지만 그중에 공통적으로 남편들에게 손꼽히는 불만은 바로 '청소하지 않는 아내, 밥하지 않는 아내, 살만 찌는 아내'이다. 어떤 남편이 필자에게 하소연한다.
"교수님, 저는 지금 집이 아니라, 돼지우리에서 살고 있다고요. 솔직히 쓰레기통 같다는 느낌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정말 아내와는 끝을 내고 싶다고요!"
그러나 옆에서 이 말을 듣는 부인의 모습은 죄스럽거나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그 말을 하는 남편이 가증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게 아닌가…. 부부의 문제는 부부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 부딪히고, 거기에서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다. 어느 일방의 문제만으로 지금의 문제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갈등부부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탓을 자기에게로 귀인(歸仁)하기보다는 상대에게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문제해결은커녕 더욱더 마음의 골만 깊어지기 일쑤이다.
그래서 필자는 부인의 게으른 살림살이에 잔뜩 화가 나 비난을 쏟아놓는 남편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이렇게 말을 한다.
"오늘 재미있는 얘기 하나 들려 드릴게요. 옛말에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에게 자신의 목숨을 걸고 충성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여자는 자기를 인정해 주고 귀히 여겨 아껴주는 사람 앞에서는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한답니다. 그리고 더욱 사랑받을 수 있게 자기 주변을 빛나도록 가꾸어 놓는답니다."
비록 남자와 여자의 사랑 관계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결과에 따른 심리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긴 하지만 그것이 여자의 마음인 것을 어쩌랴. 이 말을 들은 남편은 쏟아 놓던 불평불만들을 중단하고 시선을 상담 테이블 밑으로 조용히 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윽고, 그동안 참아왔던 서러운 분노의 울음이 아내의 목젖을 타고 애타게 꾸역꾸역 밀려 올라와 듣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사랑받는 아내는 화장을 한다." 필자는 이 한마디로 남편의 '자기 탐색'이 없어 힘들기만 하던 그 고단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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