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창조가 미래창조다] <14>지방대학 위기, 해법은?

대학과 지자체는 명운을 같이해야…지역 실정에 맞는 특성화가 살 길

대구가톨릭대학교 홍철 총장
대구가톨릭대학교 홍철 총장
영남이공대학교 이호성 총장
영남이공대학교 이호성 총장

고등교육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10년 후 한국의 대학가는 살풍경 그 자체다.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방의 전문대와 4년제 대학, 심지어 지방 국립대마저도 생존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급기야 대학 정원을 인위적으로 감축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지방대들은 학령인구 감소, 대학진학률 하락, 부실대학 평가 가속, 수도권 대학 집중화 심화 등 '빨간 불'의 연속이다. 이런데도 지방대들의 위기감과 대응전략은 여전히 안이하다는 우려가 크다. 대구가톨릭대학교 홍철 총장과 영남이공대학교 이호성 총장, 한국사학진흥재단 서명석 대학발전지원팀장으로부터 지방대학의 생생한 위기상황을 짚어보고 생존 과제를 들어봤다.

◇대구가톨릭대학교 홍철 총장

대학과 지자체는 명운을 같이해야…지역 실정에 맞는 특성화가 살 길

"현대 지식기반 사회에서 대학이 없는 도시는 폐허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방대와 그 대학이 소재한 지자체는 명운을 같이한다는 각오로 손을 잡고 노력해야 합니다."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 "2030년까지 국내 4년제 대학 200곳 중 4분의 1이 줄 것이다. 줄어드는 대학의 대부분은 지방사립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대학의 진학률은 72%까지 떨어졌다. 2017, 2018년이 되면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된다. 설상가상 수도권 전문대학들까지 지방 사립대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 쓰나미가 지방 사립대를 덮칠 태세다. "이 시기에 학생 모집정원이 미달하는 학과는 회생이 어렵고, 학교가 통째로 문을 닫을 수 있다. 같은 대학 내에서 학과가 연이어 미달하는, 지방사립대가 연이어 문을 닫는 '도미노 사태'가 우려된다"고 홍 총장은 말했다.

지방대의 문제점 중 대표적인 예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꼽는다. 대학 진학률이 높았던 시절에는 통했지만, 이제는 대학의 생존을 위협하는 골칫덩이가 됐다. 이제 고등교육 정책과 시장은 대학의 특성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기존의 교육역량강화사업을 대학 특성화 사업으로 대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홍 총장은 "이제 지방대가 살려면 반드시 특성화를 해야 하고, 특성화는 지역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총장은 최근 대가대 60여 개 학과에 자발적인 특성화 안을 만들어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학생을 어떻게 잘 가르쳐서 좋은 곳에 취업시킬까' 라는 한 주제에 40여 개 프로그램이 제출됐다. 이 중 20개 우수과제를 뽑아 실행할 예정이다. 그는 "특성화를 못하는 학과에는 대학본부에서 지원 못 한다고 전달했다. 총장은 원칙만 제시하고 각 학과들이 자발적으로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취업에도 적극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가대 경우 스페인어과를 중심으로 '중남미 취업 특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 대학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정부만 마냥 바라본다고 살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총장은 지자체가 대학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 지자체, 지역이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함께해야 하는데 현재로는 부족한 감이 많습니다. 지자체가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고, 대학은 프로그램(사업)을 지자체와 같이 할 수 있는 관학협력시스템을 마련 해야 합니다. 이게 대학과 지역의 살길이고, 바로 창조입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영남이공대학교 이호성 총장

전문대학 선발 매년 1만 명씩 감소…산업체 요구하는 교육과정 편성을

"10년 전 32만여 명이던 국내 전문대학들의 한해 선발인원이 올해(2014학년도) 23만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1년에 1만 명씩 줄어든 셈입니다.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4, 5년 후면 대학가에 미달학과가 속출할 겁니다. 대학의 위기가 이미 가슴팍까지 차 올랐습니다."

이호성 영남이공대 총장은 전문대학가에서 '대학 정책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정부 정책이나 산업동향 전망에 밝다는 평이다. 그런 그가 던지는 대학 위기의 메시지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 총장은 "앞으로 10년 후 국내 전문대학의 연간 총 선발인원은 10만 명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 전문대들은 이중, 삼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대학진학률 감소 추세와 정부의 고졸 취업 장려, 수도권 대학 집중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 정책 이후 취업현장에서 전문대졸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산업구조는 빠르게 변하는데 전문대학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런 위기의식의 공유가 대학 내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위기극복 플랜을 확실히 세우고, 잘 이행되는지 항상 점검해야 합니다. 5년, 10년 후 우리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기본틀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새로운 학과를 발굴(영남이공대는 올해 사이버보안과(3년제)를 신설했다)하고, 산업체의 기술동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교육과정은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산업체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이 총장은 "고등교육은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률을 올리려면 학생들을 잘 가르쳐 교육의 질을 올리면 된다. 그러려면 교육과정 운영을 잘해야 하는데, 그 선결과제가 평가를 통한 교수 질 확보다. "교수들이 사회 트렌드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전공이 현장에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려면 산업체와 밀접한 교류를 해야 합니다. 이게 안 되는데 실무중심 교육이 되겠습니까." 정년'비정년 교수 구분을 없애고, 산학협력 성과의 질(質)을 평가하고, 학과별 독립채산체를 도입하자는 등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그가 생각하는 전문대 생존의 키워드는 '특성화'와 '지역산업 연계'다.

"전문대 특성화는 그 대학 졸업생의 진로 특성화를 의미합니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전문대는 지역사회의 산업 구조에 맞는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전문대학들이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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