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공범' 감성 스릴러 열연 손예진

서른 넘으니 가는 세월 아쉬움…하지만 연기 내공은 쌓였겠죠

배우 손예진(31)은 세월이 지나가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나이를 빨리 먹고 싶고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 기억이 남는데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고 했다. 뾰로통한 표정이 귀엽다.

"이러다 10년 또 훌쩍 가지 않나 싶어요. 이젠 더 빨리 나이 먹지 않았으면 하네요.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조금 있으면 한 해가 가니 벌써 10월이 된 게 무서워요."(웃음)

2000년대 '멜로의 여왕'으로 불린 손예진도 나이를 먹긴 먹는다. 겉모습은 영화 '클래식' 때와 별반 차이 없는 것 같으니 그냥 하는 말 같다. 그가 원하던 성숙한 연기도 표현해내니 좋아할 것 같은데 천생 여자는 여자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순리. 나이를 빨리 먹는 걸 누가 원하겠는가.

좀 더 성숙해진 손예진은 24일 개봉한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으로 색다른 연기를 펼친다. 유괴 살인사건 공소시효 15일 전, 범인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아빠를 떠올리면서 시작된 딸의 잔인한 의심을 그린 감성 스릴러다. '무방비도시'나 '백야행' 같은 작품에도 도전한 바 있으나 '공범'은 좀 더 다르다.

이 나이 아니었다면 출연 결정 못했을 것

"캐릭터와 설정, 이야기가 가진 힘이 좋았어요. 아빠와 딸의 감정선이 특히 중요했죠. 쫓고 쫓기며, 누가 누굴 죽이는 등 다른 스릴러와는 달랐어요. 다만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힘들었던 점은 '내 정신이 이걸 하면 피폐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죠. 초반에는 의욕이 상실되고 부정적이 되더라고요. 아빠를 세상의 모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심하게 되면서 모든 게 거짓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니까요.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싫어서 피하고 싶었는데, 어느새 운명 같은 작품이 됐어요."(웃음)

손예진은 지금의 나이에 '공범'을 할 수 있어 특히 좋았다고 고백했다. "이 작품을 어릴 때가 아닌 지금 만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내공 없이는 연기하기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몇 작품 참여하지 않고 이 작품을 했으면 정말 못했을지도 몰라요. 물론 하긴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감정 깊이가 지금 나이보다는 덜 했겠죠?"

또 '공범'은 감독과 배우의 소통이 중요했다고 하는데, 국동석 감독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마음이 동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미팅을 한다는 건 일정 부분 관심이 있다는 말과 같다. 손예진은 국 감독을 처음 만나 "예진 씨가 잘 표현해 줄 것 같았다"는 말만 들었는데 믿음이 갔다고 한다.

"사탕발림이나 명확한 논리를 댔다면 아마 의심했을 거예요. 감독님이 보여 주고 싶은 것들과 배우들이 가졌던 감정들의 접점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봐요."

손예진은 개봉 즈음 경쟁 작품이 많은 게 내심 불안한 듯했다. 현재 외화 '그래비티'가 한국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또 하정우와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인 '롤러코스터', '톱스타'와도 경쟁해야 한다. 기 개봉작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와 '소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룹 엠블랙 이준이 주연해 호평받고 있는 '배우는 배우다'도 무시할 수 없다. 손예진의 입장에서 보면 남자 대 여자의 대결이다.

"선수들(배우)은 사실 대진운에 대해 잘 몰라요. 어떻게 보면 외로운 싸움일 수도 있는데 관객들의 선택을 믿어야죠. 손예진이 나온 작품이라서 볼 거라고요? 그런 믿음이 있으면 편하게 살아왔겠죠. 항상 걱정돼요. 한 작품, 한 작품 보일 때마다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사실 흥행 결과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신뢰를 주기 위해 책임감은 커야 하더라고요. 이번 '공범'은 집중력 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자신할 수는 있어요. 호호호."

손예진은 남자배우들이 부럽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자신에게도 많은 작품이 들어오긴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진 않다고 한다. 그는 "남자배우들은 끊임없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은 게 부럽다"고 솔직한 마음도 전했다.

"저를 써줘야 출연할 수 있는 거잖아요. 누구나 하고 싶은 데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또 여배우들이 결혼하고 나면 할 수 있는 작품이 한정적인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하고 있어요. 작은 역할이라도 좋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죠. 분명히 그런 영화들이 있을 텐데 나중에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할 거예요."(웃음)

토크쇼 외면? 삶의 경험 더 쌓였을 때 내 얘기

손예진은 자신이 열정적이긴 하지만 노출이 있는 영화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우 이전에 여자로서의 선택을 해야 하니 쉽지 않다는 이유. "용감하고 멋진 일이지만 출연하고 난 뒤 사람들의 시선 등에 대해 고민된다"고 했다. 특히나 사람들이 자극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게 싫다. 그가 혹시라도 노출이 있는 작품에 출연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유추할 수 있겠다.

손예진은 또 토크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는 얼굴을 자주 비추진 않는다. "배우로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나가는 게 그렇게 좋은 건 아니다. 부담스럽다"고 고백한다. "나이가 들어 경험이 많이 쌓였을 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 이야기가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여러 인터뷰에서 34세 이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는데, 그 가까운 나이가 되니 더 관심이 쏠리는 듯하다.

손예진은 이상형을 묻자 "나이가 드니 성격이 제일 중요하더라"며 "여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면 좋겠다. 나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남편도 질문할 수 있는 상대였으면 한다. 헤어지자고 했는데 진짜 헤어지자는 것으로 바로 받아들이는 남자는 별로"라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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