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20세기의 걸작으로 꼽는다.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벅찬 감동을 준다. 웬만한 사람들도 여러 번 보았을 만큼 명화 중의 명화가 되었는데, 무엇이 사람들을 그토록 감동시켰을까?
비비안 리가 이 영화에서 스칼렛 역으로 캐스팅된 사연부터 기막힌 드라마였다. 사실 그녀는 최종 연기 테스트에서 떨어졌었다. 누구보다 야망이 큰 사람으로 런던에서 할리우드까지 날아왔는데 얼마나 애통했겠는가. '당신들이 나를 떨어뜨려?'라는 분한 마음으로 방을 나서던 그녀는 문고리를 잡은 채 심사위원들을 향해 야릇한 웃음을 보냈다. 순간 감독이 외쳤다. "잠깐! 다시 한 번 웃어봐. 됐어, 바로 그 미소야!" 한순간의 미소로 주연 여배우의 자리를 차지했고, 화려한 인생의 출발점이 됐다.
남북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대지주의 딸.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질경이 같이 아무리 밟아도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야 했던 스칼렛. 그녀는 묘한 미소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영화를 빛나게 만든 건 비비안 리의 표정연기, 표변하는 웃음이었다.
표정이 좋아야 진정한 미인이요, 누구라도 웃으면 인상이 좋아진다. 미소는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라는 만국 통용어이면서 사람을 모여들게 하는 묘약이다. 때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명품백보다 좋은 효과를 내는 선물이 되기도 한다. 잘 웃으면 암도 낫고, 미리 웃으면 암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단다.
웃는데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웃으면 된다. 그러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한결같이 웃을 일이 없어서 웃지 않는다고 말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속담은 먼저 웃기를 권한다. 그러면 복이 따라 온다고. 좋은 일을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죽을 때까지 몇 번이나 통쾌하게 웃을 수 있을지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잘 웃는 아이들을 경망스럽다고 윽박지르는 험상궂은 어른도 있다.
스포츠에서 프로 선수들 가운데 골을 못 넣고도, 삼진 아웃을 당하고도 웃는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을 때가 있다. 초조하게 안달하는 것보다 얼마나 여유있고 멋진가, 때론 경기결과도 뒤집는다.
개업하는 가게의 고사상에는 웃는 돼지머리가 단골로 오른다. 값이 더 나가기 위해 돼지는 죽을 때도 웃고 죽었을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우리는 감성과 영감을 교류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주고받는 웃음은 단순하게 스쳐가는 바람이 아니라 영혼까지 일깨우기도 하는 샘물이다. 마구 퍼 올려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젠 웃어요! 우리'
이규석 대구카네기연구소 원장 293lee@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