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지방자치의 날에 부친다

내일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정부는 2012년 10월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지방자치의 날을 정했다. 올해 제1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이하여 안전행정부, 지방자치발전위원회, 그리고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의 지방 4대 협의체는 공동으로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지방자치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그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행사를 각지에서 다채롭게 펼친다.

1948년 7월에 제정된 우리 헌법은 제8장 지방자치에서 "지방자치단체에는 각각 의회를 둔다" 등의 규정을 담고 있었다. 우리 국민들이 최고의 규범인 헌법으로 지방자치를 다짐한 것이다. 이를 구체화한 것은 1949년 7월 4일 제정해 8월 15일 시행한 지방자치법이다. 해방 직후의 정치사회적인 혼란과 6'25 전쟁의 발발로 선거가 늦어져 지방의회는 이 전쟁이 소강 상태를 맞은 1952년에 이르러 비로소 구성되었다. 그때 시장, 읍장, 면장은 시의회, 읍의회, 면의회에서 선거했으며 도지사와 서울특별시장은 대통령이 임명했다. 4'19 의거로 자유당 정부가 무너지고 민주당 정부 때인 1960년 12월의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뿐만 아니라 장도 모두 주민들이 직접 선거했다.

그런데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지방자치는 깊은 동면에 들어갔다. 군사혁명위원회 포고 제4호는 국회와 모든 지방의회를 5월 16일 오후 8시를 기해 일제히 해산했다. 이어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그해 9월 1일 제정해 10월 1일 시행한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 조치법'은 읍'면 대신에 군을 기초자치단체로 정하고 지방자치법 중 의회의 의결을 요하는 사항은 도와 서울특별시에 있어서는 내무부장관의, 시와 군에 있어서는 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시행하도록 하였다.

1972년 12월 27일 개정'시행한 유신헌법은 1948년 제정 헌법 이후의 그럴듯한 규정을 이어받으면서 부칙 제10조에서 "이 헌법에 의한 지방의회는 조국 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단언했다. 전두환 대통령 때인 1980년 10월 27일 개정'시행한 헌법도 지방자치에 관한 본문의 규정을 무력화하는 부칙 규정을 두고 있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 29일 제정되어 1988년 2월 25일에 시행한 것이다. 이때 부칙 규정은 없어졌다.

지방자치의 날은 이처럼 지방자치에 족쇄를 채워 왔던 헌법의 부칙 규정을 삭제한 날에 맞춘 것이다. 지방자치법은 1988년 4월 6일 전부 개정되고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 조치법'은 이 개정 법률의 시행일인 5월 1일 폐지되었다. 1961년 이후의 깊은 잠에서 곧 깨어날 것 같던 지방자치는 1988년 4월 26일의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로 다시금 불투명해졌다.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그리고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선전해 이들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다. 노태우 대통령과 국회가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지방의원 선거는 예정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경색된 정국의 돌파구는 1990년 1월 22일 김대중을 빼놓은 나머지 세 사람의 3당 통합 선언이었다. 그해 12월 31일 1988년에 제정된 '지방의회의원 선거법'이 전부 개정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법'이 제정되어, 이들 두 선거법에 따라 1960년 이후 31년 만인 1991년 3월 26일 시'군'자치구의원 선거에 이어 동년 6월 20일 시'도의원 선거가 이루어졌고, 1995년 6월 27일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까지 선거하는 제1회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지방자치는 돌이켜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정말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 오늘에 이르렀다. 조선총독부 때의 원시적인 경험을 거쳐 해방 직후의 혼돈에 이은 전쟁 중에 태어나 1961년 무력에 의해 짓밟혀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낸 뒤 1980년대 중반의 민주화 운동으로 간신히 다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우리는 헌법 제118조의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장과 의회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의 일상적인 행정과 정치를 이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지방선거에서 정하는데 우리는 헌법기관을 구성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지방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강재호/부산대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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