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희의 동양고전 이야기] 회남자(淮南子) 이야기(1)

유가·도가·법가 사상이 뒤섞인 잡가

전국시대 큰 나라 7국(7雄) 중에 진(秦)나라가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채택하고, 그의 친구 이사를 재상으로 임명하여 군현제 행정조직으로 강력하게 중앙통치를 함으로써 부국강병을 이루고 외교에 있어서는 '원교근공'(遠交近攻) 방법으로 천하를 통일하는데 성공했다(B.C 221년). 진시황의 진나라 등장이다. 진시황의 군현제는 왕의 독재를 뒷받침하는 제도로 그후 2천 년에 걸쳐 시행되었지만, 진나라는 15년 만에 망하고 한(漢)나라가 등장했다.

한나라는 유학으로 사상을 통일하고 국립대학을 세우고 5경을 편찬하며, 과거제도를 통하여 선비를 선발하여 관리로 임명했다. 한나라 400년은 5경을 중심으로 한 경학(經學)이 학문의 전부였지만, 5경은 마치 바이블처럼 절대적 권위로 선비들의 머리를 구속하고 말았다. 그러나 경학 이외에도 우수한 내용을 가진 사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왕조의 일족인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 ?∼B.C 122년)이 자기가 양성한 문하생들의 논문을 편집한 '회남자'가 있다. 이는 여불위가 편찬한 '여씨춘추'처럼 유가'도가'법가 사상이 섞인 잡가로 이루어져 있다.

한나라 초기 약 80년간은 황제(黃帝, 전설상의 고대 인물)와 노자(老子)를 추숭하는 도가사상, 즉 '황노학'(황노도)이 유행했다. 이 때는 노자의 정치사상이 중심이었으나, '회남자'에서는 장자(莊子)사상의 색채가 강하다. 그러므로 논의가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다. 예를 들면, "천지가 시작되고 나서 나라고 하는 인간이 태어나기까지 무한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또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천지는 그 무한의 존재를 지속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50∼60년의 목숨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이 광대한 천하의 어지러움을 걱정하는 것은 황하의 물이 적다고 눈물 한방울이라도 보태려고 하는 짓과 같다. 하루살이가 200년 수명의 거북이 양생법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천하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기 몸 다스리는 것을 즐기는 자야말로 함께 도를 논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전언훈).

이 말은 유교가 천하를 걱정하고, 백성을 잘 다스리려고 하는 노력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종교적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원래 '장자'의 외편'잡편 내용에 '성명'(性命), '성명의 정(情)'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세속적이고 인위적인 도덕이나 예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신의 안에 있는 진실한 마음 그대로 산다는 의미다. 즉 무위를 통해서 마음의 진실, 즉 천성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것을 새롭게 해석한 경향이 '회남자'에 나타난다. 이 책이 여러 사람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이다.

이동희 계명대 윤리학과 교수 dhl333@kmu.ac.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