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시인 이상화 고택

근대골목 자전거 투어, 역사'문화예술 공부 기회

여행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나 역시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부터 신나게 노래를 불러도 보고 예쁜 꽃, 나무 등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나도 모르게 시를 읊을 때도 있다. 모든 사물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전거 여행을 통해 배웠다. 특히 꽃피는 봄날이나 요즘처럼 단풍이 고운 가을날에는 더욱더 그런 감정이 느껴진다.

이번 여행은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상화 고택은 대구 도심에 있는데도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전거동호회 회원들과 신천과 동성로를 거쳐 이상화 고택을 찾았다.

이상화 고택은 대구 중구 계산동(계산성당과 매일신문사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신천과 동성로를 거쳐 약령시에 접어드니 한약 냄새가 향긋하다. 약령시는 근대골목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잘 단장돼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한약방 수가 줄었다. 옛 제일교회를 지나 계산성당까지는 쉽게 찾았다. 그러나 이상화 고택은 보이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찾았다. 빌딩 속에 조용히 묻혀 있었다. 생각보다 작은 집이었다. 앞에는 서상돈 고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저항시인 이상화가 이곳에서 임종 때까지 시작(詩作)에 몰두했던 곳이다.

이상화 고택 마당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비가 있었다. 시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했다. 이 시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과 애환이 서린 시라고 배웠다. 달성공원에 있는 시비 '나의 침실로'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암울했던 시절 봄이 오기를 노래한 이 시는 우리의 정서가 한껏 투영된 시였음을 새삼 느꼈다.

고택 마당에는 시인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펌프가 있었는데 정겹게 다가왔다. 시인이 시를 쓰고 글을 읽었을 방에는 책상과 의자 등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시인이 아름다운 시 한 수를 들려 줄 것만 같았다. 시인은 글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다. 그 아픔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시를 통해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고택 마루에 앉았다. 바쁨이 잊어지고 조급함이 없어져 편안했다. 도심 속에서도 이런 여유가 느껴지다니. 여행은 이런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고택 옆에는 근대골목투어 체험관이 있다.

계산동과 남산동 일대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분단을 거치면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대구 근대로의 여행길'은 청라언덕을 비롯해 경상감영달성길, 근대문화골목, 패션한방길, 삼덕봉산문화길, 남산100년향수길 등이 있다. 꼭 주말이 아니어도 괜찮다. 버스를 타도 좋고, 걸어서 다녀 보는 것도 좋다. 이왕이면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자전거를 타면서 시인의 시도 읽어보고. 근대문화의 향수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시간만 잘 맞추면 공연도 볼 수 있고 떡메치기'색종이로 가방만들기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이날은 유치원생들이 많이 보였다. 꼬맹이들과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더 좋았다. 이 아이들 가운데 이상화 시인 같은 훌륭한 시인이 나오기를 빌어본다.

복잡한 도심 속 자전거 여행도 재미있었다. 먼 거리 여행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골목마다 서려 있는 역사와 문화유산, 예술, 그리고 맛집 등을 더 꼼꼼하게 구경하고 느낄 수 있었다.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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