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대학생인 딸이 어렸을 때부터 사사건건 욕설과 말대꾸로 매사 저항적입니다. 달래도 봤고 야단도 쳐 보았지만 딸의 안하무인 행동은 갈수록 태산입니다. 특히, 술에 만취하여 밤늦게 귀가하고 심지어는 이성친구들과 어울려 외박까지 자주 합니다. 때리고 으름장도 놓아보았지만 딸의 행동은 갈수록 더할 뿐입니다. 딸은 어렸을 때 자기가 남매들 중에서 가장 큰 고통과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갈등관계였던 저희 부부가 스트레스를 딸에게 폭력을 통해 풀어 자주 불안과 좌절, 무관심과 소외를 주며 키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딸은 다른 남매들에 비해 언제나 자신만 주워온 아이처럼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옛날 일이 되어버린 일을 툭하면 되뇌면서 인생을 망치는 생활을 하는 딸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부모 입장에서는 대학생이 된 자녀라면 이제껏 자신을 키워준 부모의 고마움을 알고 자기 일을 반듯하게 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귀하께서는 자해적인 행동으로 일탈을 저지르는 딸 때문에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크시겠습니까. 그러나 딸에게도 나름대로는 성장기에서 경험한 많은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벌이는 갈등상황에서 눈치 보고 때로는 부당한 양육을 받으며 외롭고 서러웠던 힘든 기억이 그것들일 것입니다. 이런 딸의 저항과 위협적인 행동은 외로움과 슬픔의 극단적인 표현으로 보입니다. 부모에게 불만이 있는 자녀들은 흔히 문제행동을 통해 부모를 힘들게 하는데, 그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의 고통과 서운함을 왜곡되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행동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들을 수 있는 '귀'를 성장시켜야 할 때입니다.
옛날 어느 임금님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임금님이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려고 민가를 찾았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이는 배고픔의 고통과 어미를 잃은 서러움으로 찢어질 듯한 소리로 울고 있었습니다. 수행원들의 귀에는 그 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짜증 나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으므로 그 아이를 제압하려 했지요. 그러나 '임금님의 귀'는 달랐습니다. 그 아이의 울음소리는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호소하고 자기를 돌봐 달라는 가여운 절규로 들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임금님은 그 아이의 형편을 살피고 부족한 것을 채워 잘 달래어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이의 패악스러운 행동과 울음소리는 그치게 되었답니다.
부모들은 흔히, 아이의 일탈 행동 앞에서 그 이면에 있는 원인을 생각하기보다는 행동의 결과들을 가지고 역으로 아이를 공격하고 통제하려 합니다. 그 결과, 이내 실패하고야 맙니다. 아이의 실망스런 행동들에서 고통과 도움을 청하는 눈물 어린 호소로 들을 수 있는 '임금님의 귀'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귀하께서는 그 자녀의 행동들이 외치는 바를 가엽게 들을 수 있는 '임금님의 귀'를 가지시길 권유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면서 지난날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함께 아이의 고통에 대한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하면 아이의 눈은 비둘기의 눈처럼 어여쁜 모습이 되어갈 것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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