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별세상 별난 인생] "꿈길 같은 소백산…" 백두대간 사랑한 삼부자

785㎞ 완주 유광재 씨와 두 아들

평범한 직장인 아버지와 중'고교생 두 아들이 백두대간 완주에 성공했다. 전문산악인들조차 선뜻 도전하기 힘든 코스다. "지리산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며 덕유산은 이름처럼 많은 덕을 간직하고 있는 곳. 속리산은 눈밭 속에서 걸었고, 소백산은 꿈길 같았다. 설악산 대청봉은 비바람 속에 올랐고, 공룡능선과 황철봉 등 끝없이 길과 계곡이 이어졌다. 한계령과 미시령은 마치 숨바꼭질하듯 숨었다가 나타나곤 했다." 삼부자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마치 한 편의 시처럼 표현한다.

◆아! 백두대간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땅을 동과 서로 갈라놓은 산줄기의 이름이다.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남쪽으로 뻗어 내려오면서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으로 흐른다. 태백산 부근에서 속리산-덕유산-지리산 천왕봉까지 이어진다. 종주할 수 있는 구간은 지리산 웅석봉에서 천왕봉~설악산 진부령까지다. 무려 785㎞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이 백두대간 종주를 아버지와 두 아들이 해냈다. 대구 남구 대명 7동 유광재(48'광림크레인특장㈜ 근무) 씨와 경균(18'심인고 2년), 원표(16'심인중 3년) 군이 주인공이다. 유 씨는 "처음에는 '백두대간'의 엄청난 위용에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산을 좋아하는 가족이다. 유 씨는 총각 때 부인 안은희(44) 씨를 덕유산 산행에서 만나 결혼했다. 가족은 평소 휴일엔 앞산 등 집 주변의 산을 찾았다. 그러던 중 등반 동료들이 "본격적인 산행을 하려면 전문 산악클럽에 가입해 백두대간을 완주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수소문하여 2011년 3월 5일 백두대간 전문산악 클럽인 K2산악회 '백진회'에 가입했다. 경균이가 중학교 3학년, 원표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삼부자는 주말이 되면 회원들을 따라 산행을 다녔다. 그러던 중 백두대간에 도전하기로 했다. K2산악회 백두대간 15차 종주대에 합류했다. 마침내 지난해 4월 8일, 지리산 웅석봉을 시작으로 44구간으로 나눈 785㎞의 대장정에 나섰다. 지리산 아래 조그만 계곡마을 '어천'에서 출발해 웅석봉에 올라 북진 원칙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들은 "청운의 꿈을 안고 출발하던 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고 기억한다.

◆순수한 산사랑 열정

이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을 사랑하는 순수한 열정 때문이다. 고교에 진학한 경균 군은 기숙사에 있으면서 주말이면 백두대간 산행을 하고 월요일 새벽에 기숙사로 되돌아가는 고된 일정의 연속이었지만 묵묵하게 따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절대 멈추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 과정은 험난했다. 대구 성서홈플러스에서 출발하여 매번 20㎞를 산행하는 강행군이었다. 소백산~설악산 진부령 구간을 오를 때는 무박 산행을 했다.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출발, 강원도 출발점에 도착하면 새벽 1시가 된다. 그때부터 야간산행을 시작해 밤새 산을 오른다. 잠이 모자라 다른 길로 빠지기도 했지면 부자가 서로 깨워주며 격려했다. 1년 7개월 동안 계속한 산행이었다. 힘겨운 일정이었지만, 부자 간 사랑과 형제애가 깊어졌다.

지난달 27일은 이들에게 역사적인 날이었다. 마침내 그 험난한 백두대간 종주에 성공한 것이다. 유 씨는 "마침내 설악산 진부령에 올랐을 때 그저 먹먹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경균 군은 "오대산과 설악산 정상에 올라 펼쳐진 그 장엄한 모습에 취해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원표 군도 "정말 힘들 때가 많았지만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면서 고난은 잊어버렸다"고 떠올린다.

 

◆동료의 축하 세례

이들은 백두대간 종주로 산악인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K2 백유회 전주섭 회장은 "도전정신으로 완주한 삼부자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했다. 앞뒤에서 이끌어 준 선두대장 조정청'김용훈 대장은 "특히 대아산 빙벽구간을 내려올 때와 백봉령 구간을 지날 때,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을 때와 소백산권부터 15구간 연속으로 진행되는 무박 산행, 차량 이송 때 새우잠을 자야 하는 등 어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한다.

함께 백두대간 종주에 동참한 K2 백진회 김상구 부회장과 구미 김옥임 여부회장은 "정말 집념과 목표의식이 대단한 가족"이라며 "강인한 정신력과 투철한 도전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두 아들이 정말 대견하다"고 칭찬한다. K2 정영록 부회장도 "처음엔 이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험난한 백두대간 종주를 해 낼 수 있을까 걱정했다. 쾌거를 이룬 이들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동료 산악인들은 경균, 원표 군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는 등 기쁨을 같이 나눴다. 삼부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제는 9정맥 완주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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