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게임 개발업체 '라온엔터테인먼트' 박재숙 대표

쓰러지던 회사 살려내며 이웃 소중함 깨달아…'기부·봉사' 나눔경영 철

라온엔터테인먼트 박재숙 대표는 성공한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기업 경영의 한 분야 중
라온엔터테인먼트 박재숙 대표는 성공한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기업 경영의 한 분야 중 '나눔'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희망 전도사'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박재숙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도 실천 중이다.
박재숙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도 실천 중이다.
올 1월 애망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라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1월 애망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라온엔터테인먼트 제공

게임 개발업체인 ㈜라온엔터테인먼트(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내) 박재숙(51) 대표. 그는 1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잘나가는 벤처기업 사장이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경영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평범한 동네 아주머니 같다.

뛰어난 안목과 능력으로 회사를 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실상 그는 가냘프고 주변을 돌보는 데 더 힘을 쓰는 '따뜻한 사람'이다.

부유했던 유아기를 지나 어려운 청소년기를 겪었던 때문일까. 박 대표는 개인과 회사의 어려움이 닥쳐 있는 시기에도 주변을 돌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꿈, 책에서 찾다

박 대표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다. 갑자기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학업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에만 하더라도 우리 집은 땅이 많아 부유했다"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쯤 집안이 기울어 졸업하자마자 생활전선에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장녀였던 박 대표는 가장 역할을 해야 했다. 고졸 학력인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많지 않았다. 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그러다 나이가 차서 결혼도 했다"며 "결혼 후에 미용실을 운영하던 중 내 운명을 바꿀 책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을 읽고서 '꿈'을 꾸게 된 것. 박 대표는 이때부터 자신을 뒤돌아봤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보험설계사로 2년, PC방을 2년간 운영하면서 지금의 라온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게 됐다.

박 대표는 "동생이 만든 화상채팅 사이트가 반응이 좋았다"며 "PC방을 운영하던 시기에 다른 PC방에 동생 사이트를 알리는 데 힘쓰면서 서서히 나의 영역이 넓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라온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것은 2002년. 동생이 기업을 운영해보라는 권유와 함께였다. 2002년 5월 라온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경영자로 '박재숙'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박 대표의 시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스스로 직원들에게 월급도 못 주었던 '악덕 경영인'이라고 했다. 2003년 들어 라온엔터테인먼트가 적자에 허덕이면서 박 대표는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용기 있는 자는 라온이라는 배에서 내려주시고 꿈과 희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곳에 남아주십시오."

박 대표는 지금도 이 말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이 환경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내 환경에 의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환경을 가진 자와 이 환경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들은 용기 있게 회사를 떠나라고 했다"며 "꿈과 희망을 가진 사람 중에 꿈을 현실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남아서 회사와 함께하자는 말을 꺼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라온의 배에서 내린 이는 18명의 직원 중, 단 두 명뿐이었다. 이후 라온엔터테인먼트는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월급을 100만원씩 받았다.

박 대표는 "월급을 삭감하면서 나는 직원들에게 나중에 회사가 잘됐을 때 지금 삭감된 부분에 대해 한꺼번에 다 갚겠다고 약속했다"며 "1년 8개월 뒤 테일즈런너가 세상에 나오면서 100만원 월급을 탈출했고 직원들과의 약속도 지켰다"고 웃음을 보였다. 시련은 '용기'와 '희망'으로 넘는 첫 시발점이었다.

◆힘든 시절의 아픔, 나눔 경영으로

회사가 구조조정을 거치는 시기에 박 대표는 처음 '주변'에 대해 돌아봤다. 그는 "처음에는 경영의 '경' 자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주변'을 돌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부족한 학력을 메우고 회사를 잘 경영하기 위해 다닌 대학에서 기업의 '책임'에 대해 깨닫게 된 것. 박 대표는 곧바로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처음 눈을 돌린 곳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대구경북지부에서의 상담자 역할이었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돈으로 기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재능기부를 하게 됐어요."

박 대표는 회사의 경영과는 별도로 개인이 혼자 출소자를 상담해주는 봉사활동을 펼쳤다. 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출소자를 상담하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지원했다.

박 대표는 지금도 잊지 않는 상담을 이야기했다. 그는 "한번은 출소자가 상담을 와서는 '내가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보더라. 나는 곧바로 '전혀 안 무섭다'고 답했다"며 "지금은 우리가 이런 입장에 있지만 어느 상황에서든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고 말했다.

"사회는 여기보다 더 춥고 배고플 수 있다. 가정에서 가족이 차갑게 대하겠지만 실망하지 말고 앞으로는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돼라. 그래서 가족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라."

박 대표는 당시에 한 말을 줄줄이 되새겼다.

그는 "마지막에 '문을 닫았으니 스스로 문을 열라'고 말했더니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면서 펑펑 울더라"며 "내가 지금까지 봉사할 수 있는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성공도 희망과 함께, 행복전도사

박 대표의 성공은 '라온엔터테인먼트' 하나 만을 두고 말해선 안 된다. 그가 희망하는 것은 회사뿐 아니라 주변의 행복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박 대표가 경영에서 힘들었던 시기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남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해서이다.

그는 "회사가 정상화된 뒤에 돌아보니 나 혼자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주변을 돌보는 것 역시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시작한 일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구조조정 속에서 회사를 일으킨 것이 순전히 '직원'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테일즈런너가 성공하면서 그동안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을 모두 갚았다"며 "나를 믿고 따라준 이들에게 너무도 고마웠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 대표는 자신이 걸어왔던 길처럼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남들에게 말한다.

"직원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내가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표의 행복과 희망 전달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는 "어린이재단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곳이다"며 "국내와 해외 어린이도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박 대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회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3년간 회장에 있으면서 여러 일을 했다. 그는 "출소자 상담 등 다른 활동이 많아서 처음에는 거절했다"며 "또 회사가 어린이재단에 이미 기부를 하고 있어서 내가 나서서 회장 자리를 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꿈을 꾸도록, 재단을 통해서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 회장을 맡아 기부를 이끌어냈다.

어린이재단이 꿈꿔온 '희망'에 대해 박 대표는 '어린이비전 찾기 해외탐방'을 언급했다. 그는 "아이들의 마인드를 바꿔주는 행사로 60명의 아이를 해외 체험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며 "더 넓은 곳에서 여러 가지를 보면서 '아, 나도 내 꿈을 이룰 수 있구나'하는 생각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년째 진행 중인 '어린이비전 찾기 해외탐방'에 각별히 관심을 쏟는 것은 자신의 경험이 말해준다.

"제가 짧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데 한 권의 책이 큰 영향을 준 것처럼, 주변을 돌보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것을 깨달았던 것처럼, 지금 어려운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서 자라고, 남을 생각하는 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일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한편 박 대표는 최근 어린이재단의 후원자가 많이 준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오래하는 이들이 줄고 있다"며 "회장자리에서 떠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후원할 수 있는 이들을 늘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주)라온엔터테인먼트는?

▷전신-게임소프트(1999년)

▷법인전환-2000년 ㈜라온엔터테인먼트

▷대표작-'테일즈런너'(누적회원 1천100만 명 돌파)

▷수상-대구시 스타기업 선정(2008년), 대구경북벤처기업대상 '우수벤처기업상' 수상 등

▷직원-120명(2012년 기준)

▷매출-100억원(2012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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