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치 맛 현지화 연구·수출…'김장 문화' 한류차원 접근 병행을

김치의 세계화, 남은 과제는

미국과 일본의 퍼스트레이디들은 김치와 관련해 최근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7일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김장 축제'에 참석, 김치를 담그면서 "남편에게 먹여주고 싶다"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아키에 여사가 '한국 마음 잡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가 김치 사진과 글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다. 미셸 여사는 "백악관 텃밭에서 기른 배추(Napa cabbage)로 김치를 담갔어요. 간단한 김치를 직접 담가 보세요(Make your own Simple Kimchi)"라고 썼다.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유학생들이 김치를 담그는 풍경도 전혀 낯설지 않다. 계명대는 최근 경북 고령군 개실마을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하는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개최했다. 유학생 응웬 투응안(베트남'23) 씨는 "김장 담그기 체험과 전통놀이를 해볼 수 있어 좋았다"며 "친구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의 김치가 글로벌화됐음을 방증한다. 한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김장 문화를 우리가 어떻게 이어받고 발전시켜 나갈지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김치 종주국임에도 김치 순수입국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일본을 비롯해 세계 62개국으로 김치 1억660만8천달러어치를 수출했지만 금액 기준으로 보면 이미 2006년부터 김치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김치를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지난해 총 수입액 중 90%(1억1천82만6천달러) 이상을 중국에서만 수입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김장 문화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계기로 김치의 세계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김치의 기능성에 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현지인 입맛에 맞는 김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김치의 중국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중국의 김치 수입 위생기준 완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영남이공대학 식음료조리계열 이경수 교수는 이에 대해 "김치 수출보다 김장 문화를 홍보해 나가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김장 문화 활성화를 위해 김장 체험교실, 김장 휴가제 등을 검토할 만하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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