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전거 안전교육을 두 달 정도 한 적이 있다. 대구의 초등학교 2~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이었다. 나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더구나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전거 안전교육을 하는 것은 더 기쁘고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 30여 명을 교육하는 날이 다가왔다. 부모님도 상대하기 어렵다는 개구쟁이 녀석들을 잘 교육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긴장이 되었다. 첫 번째 교육은 자전거의 역사와 자전거를 왜 타야 하는지 당위성, 그리고 자전거를 탈 때 지켜야 할 교통법규였는데 교육을 시작하자마자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기우였음이 금방 드러났다. 아이들은 교육에 대한 집중력도 좋았고 열의도 대단했다. 특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질문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두 번째 교육은 안전모(헬멧) 쓰는 방법과 팔목'무릎 보호대 착용법, 장갑을 끼는 이유와 방법 등을 가르쳤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헬멧을 쓰고 진지하게 팔목과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 이 아이들이 초교 2학년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속으로 '괜한 걱정을 했네' 하며 안도했다.
그다음은 실습으로 자전거타기 교육을 했다. 질서를 지키며 안전하게 타는 방법, 타기 전에 꼭 준비운동을 해야 되는 이유 등을 교육했다. 공부하는 태도와는 달리 잘 응해줬다.
자전거 타기 실습에 들어가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고조됐다.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달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싱싱 달렸다. 못 탈 줄 알았던 아이들이 언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는지 모두 잘 달렸다. 자전거를 타며 해맑고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나 자신도 즐거워졌다.
이 아이들 가운데 훌륭한 사람도 나올 것이고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대표하는 사이클 선수도 나올 것이고, 멋진 자전거여행가도 나올 것이라 생각하니 왠지 더 행복해졌다.
그런 생각을 하니 더 친절하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가르치는 것을 쭉 빨아들였고 속도도 빨랐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교육 성과도 좋았다. 아이들은 추위에 볼이 빨개지는 것도 잊은 채 자전거 타는 재미에 푹 빠졌다.
교육을 마칠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선생님, 더 타면 안 되나요" 하고 조르는 바람에 정해진 교육시간을 훌쩍 넘겨 마쳤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내내 즐거웠고 행복했다. 서툴고 간혹 말을 안 듣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때 묻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자체가 영광이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전거에 앉아 해맑게 웃음을 지으며 달리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시간이었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던가.
'얘들아, 언제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야 한다. 알았지. 파이팅!'
윤혜정(자전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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