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별별세상 별난인생] 하모니카에 빠진 건축학자 경북대 신경재 교수

전국서 협연 모시려는 실력파, 연주 교본도 펴내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이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는 멋진 장면의 배경음악은? 대부분 경쾌한 하모니카 소리다. 하모니카는 발랄하고 애잔한 소리를 동시에 지닌 매력적인 악기다. 대학교수가 하모니카의 매력에 푹 빠졌다. 강의와 연구에 열중하고 퇴근 후 하모니카 연주자로 변신한다. 일본의 저명한 하모니카 연주집을 번역해 출간할 정도로 '하모니카 사랑'에 빠져 있다.

◆초교 4학년 때 하모니카와 인연

경북대학교 공과대 건축학부 신경재(56) 교수. 하모니카를 부는 멋쟁이다. 전국의 다양한 연주회에 협연 요청을 받을 정도로 하모니카 전문 연주자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 교수와 하모니카와의 인연은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학생인 형이 친구에게 빌려온 하모니카를 몰래 불어본 후 하모니카의 소리에 매료됐다는 것. 그날 밤 아버지께 '나도 하모니카 하나 사 달라'고 졸랐더니 어느 날 퇴근하면서 당시 꽤 비싼 일본제 중고 하모니카를 사오셨다는 것. 신 교수는 "그날 밤 하모니카를 멋지게 연주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그때 아버지가 사 오셨던 그 멋진 하모니카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바이올린 실력, 음대 2학년 수준

어릴 때부터 음악에 남다른 감각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바이올린을 하면서 교내 악대부의 악장을 맡았다. 바이올린 연주실력은 지금도 '음악대학 기악과 2학년 정도의 실력'으로 평가받을 정도이다. 대학 진학 때, 음대와 공대를 두고 고민했다. 결국, 공부하고 싶었던 건축학을 선택, 한양대를 졸업했다. 1992년 한남대학교에 교수로 부임한 후 전공자와 비전공자들이 모여 '음악을 통해 사회봉사를 하자'며 대덕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신 교수는 바이올린 수석 주자와 단장으로 활동하며 연간 봄'가을 정기 연주회와 양로원과 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2005년 경북대로 옮겨온 후에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첫사랑(?) 하모니카와 열애에 빠졌다. 평소 교수 모임이나 학과 MT에서 하모니카 연주를 선보이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대구 시낭송 모임 '송&포엠'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시낭송회 때 배경음악으로 감미로운 하모니카의 선율을 담당했다. 2008년 5월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연 '클래식&동서양의 만남, 퓨전 콘서트'에서 '신경재 교수의 크로매틱 하모니카 퓨전 콘서트'도 가졌다. 2011년 1월 대구에서 개최한 단독 연주회 때는 하모니카 동호인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열기가 넘쳤다.

지난 8월엔 KBS 대구방송국 '토요음악회'에도 출연, '광화문 연가' 등 감미로운 음악을 선사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압구정동 장천아트홀에서 열린 '대한건축학회 아키콰이어 합창단 제1회 정기연주회'에도 초청돼 연주했다. 강의가 없는 방학 때는 미국과 일본 등의 SPAH(세계유명연주인 모임) 워크숍에 참석하는 등 하모니카 연구에 애정을 쏟고 있다.

◆국내 첫 하모니카 박물관 건립 추진

경북대 공대 2호관 307호 신 교수의 연구실에는 다양한 종류의 하모니카와 자신이 직접 번역'출간한 하모니카 교본이 진열돼 있다. 이색 하모니카들을 소개하며 다양한 연주기법도 들려준다. 신 교수는 "한국에는 하모니카의 고수(?)가 없어 전문적인 연주교본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당연히 하모니카 연주법을 배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을 해소하기 위해 몇 년 전 일본 오사카로 '크로매틱 하모니카' 최고 전문가인 도쿠나가 노부오 선생을 찾아갔다. "선생을 만나 '하모니카 교본을 번역하여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다'며 저작권을 협의했더니 저작권료 없이 흔쾌히 허락해 줬다"고 한다.

2010년 도쿠나가 노부오 선생의 책을 번역, '크로매틱 하모니카 교본'으로 출판해 전국에 공급했다. 신 교수는 "크로매틱 모범연주 CD와 반주CD(MR)를 함께 수록해 하모니카 독학의 어려움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도쿠나가 노부오 선생과 인연을 맺어 요즘도 서로 양국을 오가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하모니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교포 중 세계의 희귀한 하모니카와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한국에 하모니카 박물관이 건립되면 소장품을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평택과 서울에 하모니카 박물관 건립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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