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꽃같은 '함창명주' 명품 부활…상주시

지난 9월 상주함창명주테마파크에서 열린 함창명주페스티벌에서 모델들이 함창명주로 만든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고도현기자
지난 9월 상주함창명주테마파크에서 열린 함창명주페스티벌에서 모델들이 함창명주로 만든 한복을 선보이고 있다. 고도현기자

수천 년간 전통제조방식을 고수해 온 상주 '함창명주'가 상주곶감에 이어 상주의 대표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한산모시, 안동포와 함께 국내 3대 대표 전통 옷감으로 유명한 '함창명주'를 다시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으로 불려진 명주옷은 부귀나 출세의 상징이 될 만큼 예로부터 귀한 옷감이었으나 1970년대 합성섬유인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등 화학섬유가 등장하면서 자취를 감추다시피했다. 하지만 천연염색을 만나 새로운 명품 탄생에 성공, 한복과 여성의류에 어울리는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수천 년 이어온 민족 브랜드

상주는 삼백(三白)의 고장 즉 쌀, 곶감, 누에고치로 잘 알려진 데는 '함창명주'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다. 함창명주는 상주시 함창읍과 이안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명주로, 현재 우리나라 전통명주의 95% 정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근대 양잠산업은 197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때 양잠의 중심지인 상주시는 뽕밭 2천180㏊에서 뽕잎을 수확해 누에 3만6천225상자(한 상자는 누에 알 약 2만 개)를 사육, 누에고치 1천90t을 생산했다. 이후 합성섬유에 밀리기 시작한 양잠은 급속히 쇠퇴해 80년대 중반 우리나라 생사(누에고치에서 뽑은 실) 생산이 사실상 중단됐다.

섬유직조기계도 점점 더 편리하고 생산성 높은 쪽으로 진화했지만 함창명주 농가들은 전통명주 짜는 방법을 고수하면서 그 명맥을 끊지 않았다. 농가들이 전통 베틀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일반 섬유공장에서 사용하는 직기로는 명주의 특성을 살려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연염색과의 만남을 통한 부활

10여 년 전 명주가 천연염색을 만난 것이 상주 명주산업의 부활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정확하고 선명한 색을 내는 화학 염료로도 천연염색한 명주의 색감을 흉내내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다. 명주와 천연염색의 만남은 수의용 옷감이던 함창명주에 패션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천연염색한 명주로 지은 치마저고리와 바지, 두루마기 등 한복은 물론 스카프를 비롯한 소품도 찾는 이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통명주에 감물 염색을 한 스카프와 옷감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 무늬로 재탄생해 그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감물 염색 명주 옷감은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을 내는 과정에서 해와 바람, 물, 시간 등 자연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무늬가 탄생하기 때문에 이 옷감을 구입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을 소유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된 허호(56'허씨비단 대표) 씨는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에 한 점밖에 없는 옷감이 나오니 그 특수성 때문에 함창명주가 더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상주 함창지역의 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 회원 22명은 지난해 명주 15만 필을 판매해 사상최고인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북 억대 명주농가들이 대부분 이 법인에 몰려 있을 만큼 전국 제일 명주고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명주테마파크조성과 국립한복진흥원 건립

경상북도와 상주시는 함창명주의 부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상주시는 지난 4월 함창읍 교촌리 일원에 함창명주박물관 개관을 시작으로 누에 사육에서 명주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한 명주테마파크를 조성해 침체된 양잠산업이 재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뽕밭 조성과 명주 직기 개량, 건강기능식료품 개발 등에 약 9억원의 사업비를 집중 투자하고 있다.

경북도 지난 9월 잠사곤충사업장을 이곳 명주테마파크 내에 청사를 이전하고 100년을 선도할 양잠 및 곤충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잠사곤충사업장은 용지 14만9000㎡에 총건축 면적 5천918㎡로 본관동, 연구시험동, 잠실, 생사생산동, 누에곤충체험학습관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경북도와 상주시는 '국립 대한민국 한복진흥원'을 상주에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양측은 최근 사업비 250억원(국비포함)을 투입해 함창읍 명주테마파크에 한복산업발전과 인력양성을 위해 한복진흥원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최근 한복진흥원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박현주)와 공동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우리의 한복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거점을 조성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면서 "한복진흥원이 명주테마파크에 건립되면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전국의 다양한 한복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과 전수관으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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