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관광 굴뚝에 피는 관광의 꽃] <1>프롤로그: 왜 산업관광인가

관광 대구경북, 산업유산서 찾자

옛 제철소 건물 등 산업유산을 재활용해 환경과 문화의 도시로 부활한 독일 뒤스부르크 노드파크는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위키피디아
옛 제철소 건물 등 산업유산을 재활용해 환경과 문화의 도시로 부활한 독일 뒤스부르크 노드파크는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위키피디아
독일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방문객은 연간 200만 명이 넘는다. 출처 : 아우토슈타트 홈페이지
독일 폭스바겐 아우토슈타트 방문객은 연간 200만 명이 넘는다. 출처 : 아우토슈타트 홈페이지

영국 런던, 독일의 뒤스부르크와 볼프스부르크, 일본 도쿄와 나고야, 중국 상하이와 톈진.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산업 유산과 기업을 활용한 '산업 관광'으로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을 그러모으는 지역들이다. 독일 폭스바겐 자동차테마파크인 아우토슈타트에는 연간 200만 명, 벤츠박물관 70만 명, BMW박물관에는 55만 명이 찾는다. 중국도 2008년 상하이 산업 관광객 수가 620만 명에 이르렀다. 일본은 산업 관광의 관광시장 점유율이 13.5%에 이른다.

산업 관광은 일본과 중국, 유럽 등지에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자국의 산업 발전과 기업 제품에 대한 관광객의 관심을 유발하고 경제 효과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산업 자원을 관광 자원화하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고 있다. 경북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LG'포스코 등 글로벌기업이 있고, 지역 향토 산업과 다양한 산업 유산이 풍부해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 관광은 경북 지역의 관광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본지는 10회에 걸쳐 지역 산업 관광의 현재를 진단하고 타지역 및 해외 모범 사례를 통해 경북 산업 관광의 방향을 모색한다.

◆세계 관광의 축으로 자리 잡은 산업 관광

독일 뒤스부르크는 항구도시이자 유럽 최대 철강 도시다. 교통의 중심지로 라인강을 통해 북해로 직접 연결되며 수많은 운하를 통해 독일 북부 지역의 여러 항구와 연결되는 국제 무역항이기도 하다. 1970년대까지 유럽 최대 철강도시였던 이곳은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1985년 티센의 철강공장이 이전하면서 도시는 황폐화됐다.

하지만 1989년부터 시작한 '노드파크' 조성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옛 제철소 건물 등 산업 유산을 재활용해 환경과 문화의 도시로 부활한 것. 옛 제철소는 가스 저장탱크에 물을 채워 다이빙 센터로 조성했고, 광석벙커에는 140여 개의 암벽 등반코스로 조성했다. 용광로 건물은 전망대로 공원 전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기념품 가게와 박물관 등도 세웠다. 이후 노드파크는 연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일본 미야자키현 아야초 마을은 인구 7천3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300만 명을 헤아리며 일본 유기농업의 상징으로 꼽힌다. 1973년 주민들이 3.3㎡의 작은 채소밭을 유기농업으로 가꾸기 시작하면서 유기농이 확산됐다. 주민들이 생산한 건강한 농산물과 수공예품은 혼모노센터에서 판매한다. 1985년 마을에 유치한 소주회사와 연계해 유기농산물과 다양한 주료 제조 공정을 볼거리로 제공한다.

독일, 영국 등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산업 중심국가들은 자국의 산업 발전과 기업 제품에 대한 경쟁력 있는 자원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산업 관광에 대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진 국가다. 일본은 산업 관광을 지역 관광발전을 촉진하는 핵심 관광 상품으로 보고 있다. 유럽에서는 근대 산업 유산을 활용한 유산관광(heritage tourism)이 주를 이룬다. 또 산업 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예술형 복합공간 조성 사업과 1, 2, 3차 산업이 어우러진 지역 산업형 관광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다.

◆뒤떨어진 국내 산업 관광

국내 산업 관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산업 관광객은 167만여 명으로 전체 관광의 3.7%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 관광은 기업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포항 포스코와 LG'삼성 구미공장을 비롯해 울산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경기도 포천의 배상면주가 산사원, 전남 신안 소금박물관, 임실치즈테마파크 , 전주 한지박물관, 인천 아트플랫폼 등 민간기업 138곳과 공공기관 192곳 등 331곳에서 산업 시찰 및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마저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홍보관과 공장을 시찰할 수 있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관광객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나 기념품, 제품 판매 등 복합적인 관광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대부분 사전예약을 통해 등록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운영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시설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단시간에 이뤄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산업 관광 자원 홍보나 안내를 위한 정보체계도 전무한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 관광 국가경쟁력도 낮은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 국내 산업 및 관광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산업 관광은 선진국에 비해 평균 6.2년 뒤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 관광 시설 및 인프라 부족을 꼽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인 55.9%를 차지했고, 프로그램 부족을 꼽는 전문가도 절반인 52.9%나 됐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홍보 부족과 정부의 지원 부족을 이유로 제시한 응답자도 각각 32.4%와 29.4%를 차지했다.

◆산업 관광은 미래 성장의 동력

산업 관광은 1, 2, 3차 산업 현장을 관광하며 해당 기업과 지역에 부가적인 경제효과를 이끌어낸다. 제조업은 물론, 농'수산업과 지역의 특화된 향토산업이나 근대 산업유산 등도 모두 포함된다. 기업의 역사를 반영하는 장인, 창업인, 기업인 등의 성공 스토리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산업 관광은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및 관광 산업의 발전을 촉진한다. 소득 및 고용을 늘리고 관광자원 다각화를 통한 관광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지역 정체성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익사업이 아닌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한국형 산업 관광 실현'을 비전으로 한 4대 부문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경쟁력 있는 100대 자원을 선정해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가족과 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 식 학습상품 개발, 산업 관광 진흥체계 고도화와 민간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 이처럼 산업관광 육성을 위해 오는 2017년까지 지원되는 예산은 985억원에 이른다.

산업 관광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분야의 주도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산업 관광이 보유한 관광자원적 가치와 파급 효과를 감안하면 공공 부문의 지원과 역할도 필요하다. 특히 지역 산업 및 산업 유산을 활용한 산업 관광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 부문의 기반 구축과 네트워크 구축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는 경북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미와 포항 등 첨단 산업 인프라와 전국 최고 수준의 지역 전통 및 지역 산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재일 대구경북연구원 여가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산업 관광의 발전은 경북도 관광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북도내 산업 관광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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