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위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런 고마움을 사회에 환원해주는 의미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어요."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20년째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가위손이 있다. 주인공은 윤순옥(51'가위손미용실 원장) 씨다. 윤 씨는 연말연시가 되면 소외 이웃을 위해 쌀이나 떡국을 전달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지산1동 주민센터에 사랑의 쌀 50포를 기탁했다. 사랑의 쌀은 그가 매년 음식을 준비해 주민들과 식사를 나누는 일일찻집을 열어 마련하고 있다. 그는 첫인상이 약간 차갑게 느껴지지만 마음은 따뜻하다. 그는 이웃을 위한 봉사를 하다 보니 고와야 할 손이 터 거칠기만 하다. 미용실 직원들도 "원장은 평소 소박하고 '큰 언니' 같은 후덕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자랑을 했다. 그는 다가오는 설 명절에도 소외이웃을 위해 떡국 100봉지가량 마련해 전달할 계획이다.
"경산에서 행상을 하며 한 끼 먹고살기도 힘든 고령의 며느리가 중풍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았어요. 세상에 저런 분도 있나 싶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딱한 며느리를 돕기 위해 중풍에 걸린 시어머니의 병원비를 지원한 적도 있어요."
그가 운영하는 미용실 안에는 추운 겨울인데도 온기가 넘치고 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공짜로 이미용을 해주고 있는 것. 최근 지산'범물지역 장애인 단체에 무료 이미용 티켓 500장을 배부했고 지산복지관 경로잔치 때도 무료티켓 50장을 전달했다. 머리를 깎거나 파마, 염색을 하고도 돈이 없으면 그냥 보내기도 하고 형편대로 요금을 받기도 한다. 또 외로운 할머니들이 오면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용돈을 주는 일도 허다하다. 전체 손님 중에 이런 손님이 많다 보니 동네 사랑방 같기도 하다.
그는 복지시설 이미용 봉사 및 기술전수에도 열정이다. 미용실 인근의 대성보육원을 방문해 20년 넘게 원생들의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또 수성구 홀트아동복지회에도 가위손 봉사를 해오고 있다. 그는 보육원생들에게 이미용기술을 가르쳐주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그의 노력으로 보육원생 4, 5명이 이미용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도 그의 미용실에는 이미용 기술을 배우는 원생이 있다.
"부모 없는 보육원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이미용 기술밖에 없더군요. 그들이 사회에 진출해 당당히 헤어숍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 있어요."
이 밖에도 그는 매년 10월 지산복지관이 어르신 2천여 명을 초청해 개최하는 경로잔치에 음식물을 지원하고 있다. 경로잔치에는 국 끓이기, 반찬 만들기, 돼지고기 삶기 등 모든 요리를 도맡아 봉사하고 있다.
30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는 그는 조그마한 꿈도 있다. 대구에서 가까운 시골에 사랑의 집을 마련하는 것. 집이 없어 오갈 데 없는 딱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할 방침이다.
경산 자인 출신인 그는 전국 메이크업대회 최우수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자원봉사로 복지부장관상, 구청장상 등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그는 국가고시 이미용 자격증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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