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드라마 '상속자들' 열연 이민호

성룡'판빙빙과 호흡 맞출 수도… "중국어 공부해야겠어요"

"나, 너 좋아하냐?"는 김탄의 말은 꽤 오랫동안 여심(女心)을 후빌 게 틀림없다. 18살 고등학생의 절절한 마음은, 사랑이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김탄(이민호)과 차은상(박신혜), 최영도(김우빈) 등을 연기한 이들은 성인이었지만, 고등학생들도 당연히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일깨웠다.

"순수하니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자기감정에 더 충실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끝난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김탄을 연기한 배우 이민호(26)의 말이다.

이민호는 "사랑한다는 감정만으로 직진할 수 있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 얽힌 상황들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속자들'에 참여하며 김탄처럼 모든 걸 이겨내고 직진할 수 있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김범, 드라마 속 '김탄' 같은 사랑하는 듯

이민호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절친이 된 배우 김범이 최근 문근영과 공개 열애를 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범이가 김탄 같은 사랑을 하는 것 같다. 솔직히 나보다 멋지다"고 감탄했다. "스무 살 때 첫사랑을 경험했는데 상대에게 매력 없게 다가간 것 같다"는 이민호는 "앞으로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나도 범이, 김탄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범을 대단하다고 생각한 그는 극 중 김탄과 은상, 영도의 3각 관계에 대해서는 확실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사실 3각 관계의 경험도 있어요. 전 우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늦게 시작한 사람이 포기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혼자만 생각하고, 마무리해야죠. 또 여자가 힘들겠지만, 선택을 해주는 것도 좋죠. 은상이처럼요. 은상이는 흔들리지 않았잖아요."(웃음)

이민호는 이번 작품에 참여하며 김은숙 작가의 팬이 됐다고 했다. 몇몇 드라마에서 등장인물 누군가를 소비하다 못해 극단으로 치우쳐 소모하는 경우가 있는데 김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좋아했다. "탄이와 영도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었고, 모두가 다 똑같았다고 생각해요. 세 명 다 용기 있고, 자신의 마음에 충실한 18살이었던 거죠. 정말 멋지지 않아요?"

솔직히 드라마 초반, 김우빈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이민호가 이 드라마를 잘못 선택했다는 말도 있었다. 이민호도 그런 시선을 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김우빈을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과거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영도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로 주목받은 그와 겹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촬영을 끝내고 5회 엔딩신 찍을 때 우빈이와 처음 만났는데 에너지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각 관계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영도와 구준표가 겹치는 게 많아요. '꽃남' 때 제가 겪은 일들이 생각나서 솔직히 묻고 답하는 관계가 됐어요. 제가 아는 선에서 얘기해주고 조언해줬죠."(웃음)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중국에서의 이민호 인기는 말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가 등장하면 공항이 난리가 난다. 한 팬은 공항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쳤는데 다음날 이민호의 콘서트에 깁스를 하고 와 놀라게 했다. 이민호는 "'꽃남'이나 '시티헌터' 때 받았던 사랑이 대단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민호는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가까운 미래, 자신을 위해서는 "이제 중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 배우니 당연히 한국 작품이 1순위였는데 이제는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작품들도 할 수만 있다면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중국에서 끝난 '2013 바이두 페이디엔'에 참여해 성룡과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 그가 성룡과 함께 작품에 출연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혹은 키스퍼포먼스로 대륙과 한국의 인터넷을 뜨겁게 했던 판빙빙과도 호흡을 맞출 수 있다.

고등학생 때 단역부터 시작해 연기한 지 10년을 넘었다는 이민호. '꽃남'에서 주목을 받고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에게도 어떤 벽이나 인생의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지 않을까?

"20살 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1년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병원에 누워 있었죠. 인생의 한 획을 근 사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이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었거든요. 그때 절친한 친구인 (정)일우가 시트콤 '하이킥'으로 잘 되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을 했었죠. 아, 첫사랑도 그때 만난 거였어요."(웃음)

▶20대 후반되니 영화 출연 자신감 생겨

'상속자들'로 사랑받은 그는 내년에는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블루스'로 팬들을 찾는다. 일종의 도전이다. 드라마에는 얼굴을 많이 비췄는데 영화는 오랜만이다. '꽃남' 끝나고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았지만 대부분 정중히 거절했었다.

"한 영화를 책임지고 가기에는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20대 후반이 되니까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하하하."

인간 이민호이자 배우 이민호에게 '상속자들'은 의미가 남다르다. 사랑에 대한 생각과 용기 있는 마음가짐,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배웠다. '상속자들'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도 '상속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다.

이민호는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마이 에브리딩' 공연을 한다. 지난해 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열린 공연의 앙코르 무대다. 이미 지난 연말 티켓 5천 장이 예매 시작 2분 만에 매진됐다. 이민호는 "지난 공연과 큰 차이는 없겠지만, 조금 더 준비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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