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가 수술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 퇴원을 못하고 있다. 수술 자리가 아물지 않아서다. 같은 병실을 쓰는 사람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아버지는 날이 갈수록 초조해했다. 병문안 온 친척이 상처 아무는데 붕어가 좋다는 말에 나는 전통시장으로 달려갔다.
상인이 내장까지 고아야 약이 된다며 산 채로 주었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는 부처님 말씀이 떠올랐다. 산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죽어가는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로 해마다 방생을 가던 나는 붕어를 들고 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가스레인지에 찜통을 올렸다. 참기름이 끓는 순간, 붕어를 넣고 뚜껑을 닫았다. 조용하게 있던 붕어가 죽을 힘을 다해 요동을 쳤다. 들썩거리는 찜통 뚜껑을 힘껏 누르고 있으니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붕어야 미안하다. 내가 너를 지옥 같은 이곳에 넣다니 미안하다. 아버지가 병환 중이라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날 용서해다오. 다음 생애는 좋은 곳에로 태어나 오늘같이 참담한 일은 겪지 마라. 붕어야 정말 미안하다."
생명을 죽인 죄책감과 병환 중인 아버지 걱정이 뒤범벅이 되어 가스레인지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다섯 시간을 꼬박 고았더니 국물이 뽀얗게 우러났다. 삼베로 걸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버지가 한 그릇 다 드시는 것을 보니 살생했다는 죄책감은 어디 가고 금방 회복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조경숙(대구 남구 효성중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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