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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독작(獨酌)-박시교(19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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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영혼이

세상 어디 있으랴

 

사람이

그리운 날

아, 미치게

그리운 날

네 생각

더 짙어지라고

혼자서

술을 마신다 -시집 『독작』, 작가, 2002

문학청년 시절 그의 이름을 들었다. 일찍이 시조로 등단해서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조시인이라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몇 년 전에 그의 시집을 받았고 달포 전에 그를 처음 만났다. 암 수술을 하고 18년 째 덤으로 살고 있다고 말하는 시인의 어조에서 관조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각 나라에는 그 나라의 전통시가 있다. 일본에는 하이쿠가 있고 유럽에는 소네트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시조가 있다. 시조는 우리민족의 정서를 나타내기에 가장 알맞은 그릇이라 할 수 있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경지가 달관에 이르렀다.

 대개 술은 둘이서 혹은 여럿이 마신다. 서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고 흥을 돋운다. 술안주로는 마주 앉은 사람이 으뜸이다. 마주 앉은 사람이 정서가 통하는 사람이면 술맛이 배가된다. 그러니까 술은 몸의 음식이 아니라 마음의 음식인가 보다.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앞에 상대가 없으니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그리움을 더하는 정서가 시조가락과 어울려 맛깔스럽다.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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