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 백일장] 수필-오른팔

지금은 대형사우나에 밀려 문을 닫았지만 조그만 동네목욕탕에서의 일이다. 탕 안에 세 사람밖에 없는 조용한 토요일 오후, 구석에 앉아 몸을 씻는 사람의 몸놀림이 부자연스러워 도움을 주려고 다가갔더니 왼팔을 쓰지 못하여 비누질을 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도와 드릴까요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좋아했다. 등에 비누질을 하여 씻어주고 소아마비로 불편하게 된 왼팔에 비누질하려고 하는 데 미안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더니 왼팔은 멀쩡한 오른팔로 씻을 수 있으니 오른팔을 씻겨 달라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는 무언가에 크게 맞은 듯 묵직한 충격을 받았다.

불편한 왼팔 때문에 오른팔을 제대로 씻을 수 없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생각을 못한 것이 아니라 눈에 비치는 대로 봤을 뿐 보겠다는 마음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른팔을 씻겨주는 동안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러웠는지 잠시의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가족과 이웃, 또는 친구와 직장동료들을 대하면서 불편한 왼팔만 보고 왼팔 때문에 또 다른 불편을 겪는 오른팔은 보지 못하고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주위를 다시 둘러보아야겠다. 눈에 비치는 대로 보기보다는 생각과 마음을 담는 보는 기술도 함께 익혀야 하겠다.

채장희(대구 달서구 송현7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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