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종종 중부내륙고속도로 현풍 IC나 대구~부산 고속도로 청도IC 인근을 지나던 중 그곳에서 화려한 색채를 뽐내며 날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당신은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이카루스의 꿈'을 현실로 이뤄낸 '패러글라이더 파일럿'을 만난 것이다.
취미로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물어오는 질문이 "하늘을 날면 기분이 어때요?"라는 것이다. 대답은 한결같다. "진정한 자유로움!" 땅에서 발을 떼 붕 하고 몸이 떠오르며 이륙하는 순간 세상의 고민과 스트레스 따위는 하얗게 비워진다. 다만 온몸의 감각으로 바람을 느끼고, 글라이더의 압력을 느끼는 두 개의 브레이크 라인을 잡은 손에 온 신경이 오롯이 집중된다. 유리창을 통해 닫힌 풍광을 내려다볼 수밖에 없는 비행기와는 달리, 눈앞에 거침없이 펼쳐진 시원한 풍경은 내가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는 노력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수의 비행체를 구상하고 스케치로 남긴 '다빈치'나, 새의 날개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해부해 결국엔 최초의 비행체(글라이더)를 만들어낸 '릴리엔탈',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 고립된 백성을 비차(飛車)라는 비행체로 구해냈다는 '정평구'라는 인물의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라이트 형제의 최초 동력비행기를 지나, 이젠 누구라도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새처럼 날고 싶다는 '이카루스의 꿈'을 꾸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오롯이 나의 의지로 바람에 기대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패러글라이더의 시작은 '패러포일'이라는 스카이다이빙 낙하산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미국 NASA는 기존의 둥근 반구 형태의 낙하산이 가진 단점(이동성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날개단면형(Air-Foil) 낙하산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패러포일'이다.
처음 군사용으로 개발된 '패러포일'은 차츰 일반에도 보급되어 점차 항공 스포츠로 발전하게 됐다. 그러던 중, 1984년 프랑스의 등반가 'J. M. 부아뱅'이 산을 등반한 후에 정상에서 '패러포일'을 이용해 활강으로 하산을 시도했고, 이것이 지금의 패러글라이더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초기 패러글라이더는 1986년경 우리나라에도 소개가 되었는데, 당시만 해도 행글라이더와 소수의 스카이다이빙뿐이었던 항공레포츠 수요를 상당 부분 패러글라이더 쪽으로 돌리게 했다. 아무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고가의 장비와 고액의 경비를 필요로 하면서도, 기술 습득은 꽤 힘이 드는 행글라이더나 스카이다이빙보다는 패러글라이더가 훨씬 접하기 쉽고 경제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패러포일'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초기의 패러글라이더는 더 나은 활공비행을 꿈꾸던 많은 패러글라이더 파일럿들과 엔지니어들의 노력으로 점차 초기의 모습을 벗어나, 크고 길쭉한 날개를 가진 '쏘아링 글라이더'의 형태로 발전해 갔다.
이렇듯 성능과 안전성이 발전해 가는 만큼 패러글라이더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계속 늘어갔다. 우리나라도 늘어나는 패러글라이더 파일럿들을 위해 협회를 만들고 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발전을 이루었다. 더불어 직접 패러글라이더를 연구 개발하고 디자인하여 국내 브랜드를 생산하는 성과도 이루어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패러글라이더 브랜드가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잠시 하늘에,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패러글라이더에게 시선을 뺏긴 당신이여. 이제 당신의 안전을 위해 하늘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달려가던 고속도로를 주시하시게. 그러나 잊지 마시오. 당신의 가슴 한 편에도 못다 이룬 이카루스의 꿈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조영근(빅버드패러글라이딩 스쿨장, www.bigbirdpa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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