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쁩니다. 얼마 전 맡은 작품의 도면이 최근 완성돼 실물제작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이거든요."
19일 자정이 가까운 오후 11시 30분, 안동시 동부동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6층 아이엠환경디자인 사무실에는 임시춘(42) 미술감독이 곧 있을 연극 '원이 엄마' 무대디자인 고안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임 감독은 "도면에 그릴 때는 상상하는 것을 그대로 선과 면으로 옮기면 되지만 실물 제작에 들어갈 때는 오차가 거의 없어야 튼튼하고 멋진 무대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요즘 경상북도 북부지역에 소위 '핫'(hot)한 미술감독으로 통한다. 지난 2011년부터 안동국제탈춤페티스벌 무대디자인을 맡았고 실경 뮤지컬 '왕의 나라'와 '부용지애', 예천 삼강주막축제, 의성 국제연날리기대회 등의 무대와 조형물 등을 제작했다. 임 감독은 "예전에는 서울 등 수도권 업체들만이 무대디자인을 맡아 제작했는데 그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지역에도 저를 포함해 전문 무대디자이너들이 있어서 저렴한 가격에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원래 미술학원 원장이었다. 안동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임 감독은 2004년 아내와 함께 미술학원을 열었다. 하지만 항상 꿈꿔온 무대디자인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아 미술학원 옥상에 작업실을 만들고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무대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꿈을 키워갔다.
기회는 2005년에 찾아왔다. 2005년 당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관계자는 새롭게 공연장을 꾸미고자 임 감독에게 조형물 제작을 의뢰했다. 임 감독은 며칠 밤을 생각한 끝에 소형 승용차에 탈의 다양한 이미지를 부각한 퍼레이드 카를 제작했고 그 해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 조형물이 됐다. 그 이후 매년 탈춤페스티벌의 조형물 제작을 맡게 됐고 2011년 아이엠환경디자인이란 회사를 차려 본격적인 무대디자인 사업을 시작했다. 임 감독은 "당시 불혹(不惑)의 나이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게 모험이라며 많은 지인들이 반대했지만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었고 의지도 강했다"며 "가장 고마운 것은 집사람이 혼자 미술학원을 맡겠다며 적극적으로 나를 지원했던 점"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현재 안동 가톨릭상지대학교 컴퓨터 영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에게 자신의 현장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임 감독은 "앞으로도 현직에 일하면서 살아있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길을 열어 줄 계획"이라고 말하고는 다시 책상 위 도면으로 눈을 돌리며 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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