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쌉싸래한 커피향·겨울 바다의 유혹…'커피 1번지' 강릉

안목해변의 카페
안목해변의 카페 '산토리니' 내부에서 바라본 바닷가.

최근 몇 년 전부터 강릉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다. 강릉항과 안목해변은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커피 해변'으로 불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바리스타가 연 카페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커피나무부터 한 잔의 커피가 나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커피박물관까지 강릉은 지금 바다 향기만큼 커피 향기로 가득한 곳이다.

◆'1서3박'의 전설이 강릉에

커피 애호가들은 우리나라 바리스타 1세대를 통칭해 '1서3박'이라 부른다. 바로 고 서정달 씨, 고 박원준 씨, 박상홍 씨, 박이추 씨를 가리켜 '1서3박'이라 부르는데 이 중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박이추(66) 씨가 운영하는 카페가 바로 강릉시 연곡면에 있다. 동해고속도로 북강릉 IC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자동차로 10분 정도 가다 보면 주유소 근처에 숲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이 나온다. 그 길 끄트머리에 바다를 바라보며 앉은 3층짜리 건물이 바로 '우리나라 커피의 전설'이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 '보헤미안'이다.

카페가 운영되고 있는 2층으로 들어서니 6개의 테이블은 이미 꽉 차 있었고 입구는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에는 힘든 곳임에도 사람들은 용케도 이곳의 위치를 알고 밀려들고 있었다. 15~20분 정도를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보헤미안의 하우스블렌드 커피부터 세계 각지의 커피 30여 종이 빼곡하다.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산지의 커피들 사이에 특이하게 '중국 북경산 커피'가 있어 한 번 마셔보기로 했다. 커피의 쓴맛이 좀 더 도드라져서 마치 '약차'의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거부감은 없었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커피의 전설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커피를 마시다 보면 주방과 로스팅룸을 왔다갔다하는 할아버지 한 분이 보이는데, 그분이 바리스타 박이추 씨다. 박 씨 혼자서 카페에 몰려드는 손님의 커피를 모두 다 만들어낸다. 약 3년 전부터 박 씨는 카페 '보헤미안'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5년간 수많은 커피를 내려온 손목이 '이제 그만 쉬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온다"며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이 때문에 '보헤미안'은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 매주 월, 화, 수요일은 쉬는데다 문을 여는 날도 영업시간이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와 함께 보이는 창 밖 풍경은 이러한 수고를 모두 감수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다.

◆한 집 건너 카페가 있는 안목해변

'커피해변'으로 유명해진 강릉시 견소동 안목해변은 주말이면 해변가에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강릉항에서 경포대 방향으로 100m 넘는 해변가에 자리 잡은 커피전문점만 해도 20곳이 넘는다. 이 주변 전체가 커피 가게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와 같은 익숙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뿐만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들도 즐비하다. 카페와 카페 사이에는 조개구이집 또는 횟집도 많다. 커피로 유명해지면서 숙박을 하는 여행객들이 늘자 이들을 상대하는 식당가도 덩달아 늘어난 듯하다.

대부분의 카페가 바다를 향해 있기 때문에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면 없던 낭만도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수많은 카페 중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을 들어가 봤다. 해변 입구에 있는 '산토리니'는 안목해변 카페 중 핸드드립 커피로 이름을 날린 곳이다. 1층에 들어서면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내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 핸드드립 커피에 쓰이는 원두는 10여 가지. 한쪽에 '핸드드립 바'를 갖춰 바리스타의 핸드드립 과정을 다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산토리니 블렌드'는 커피 고유의 신맛이 적절하게 혀를 자극했다. 테라스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직접 바닷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다음으로 들른 '엘빈'은 입구에서 바로 주방이 보이는데 로스팅 기계가 쉴 새 없이 원두를 볶아내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활기차 보인다. '엘빈'은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로도 유명하다. 14종류의 타르트와 케이크가 한쪽 코너에 진열돼 있고, 쿠키와 크루아상도 인기 만점이다. 겨울 바다를 바깥에서 감상하고 난 뒤 먹어 본 달콤한 카페모카와 딸기크림치즈 타르트는 몸을 따뜻하게 녹여줬다.

◆커피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커피박물관

강릉시 왕산면에 있는 커피박물관은 커피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커피박물관은 강릉 토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커피커퍼'가 운영하는 곳이며, 이곳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나무 재배와 커피 수확이 2010년에 이뤄지기도 했다. 커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커피 관련 유물은 로스팅 도구, 원두 분쇄기, 커피 추출 도구 등 총 700여 점이며 현재 2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커피 유물뿐만 아니라 3만여 그루의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는 온실도 관람할 수 있다.

전시실은 총 5개 관으로 이뤄져 있으며, 관람의 마지막 코스로 이곳에서 당일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 만든 커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커피 원두뿐만 아니라 커피 관련용품, 컵, 커피로 만들어진 비누와 화장품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바로 '커피 체험'인데, 커피 로스팅뿐만 아니라 핸드드립 커피 추출과 에스프레소 추출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단, 이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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