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외대·총학생회 갈등. 학생회 회비 거둬 행사 진행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얼룩진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당초 학교 측이 만류한 행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학생회와 대학이 갈등을 빚으면서 올해 처음으로 총학생회가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차량 지원만 했고 총학생회가 단독으로 행사를 진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교직원이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총학생회가 외부 행사로 진행하자며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대학 측은 올해 새로 이전한 캠퍼스 시설을 이용해 이달 말 1박 2일 일정으로 행사를 진행하겠다며 예산 지원을 거부했다가 행사를 허가하고 버스 25대 비용만 지원했다.

부산외대 러시아'인도통상학부 이광수 교수는 사고가 일어난 17일 오후 11시 30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올해 이전까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학교 당국에서 지원해 더 좋은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교수들도 모두 참여했는데, 올해는 새로 캠퍼스를 이전했으니 학교 안에서 하면 좋겠다고 권유해 멀리 가서 하는 것을 학교 당국이 반대했고, 그래서 학교 당국이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큰 사고 없이 일단락되기만을 바라고 그 뒤에 가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따져 물을 건 물어야 할 걸로 생각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학부모 및 시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부산외대 변기찬 국제교류처장은 "이번 행사는 총학생회 주최로 14학번 새내기들이 대학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라며 "대학이 주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이달 27일 열리는 입학식과 더불어 당일 행사로 계획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소 선정은 총학생회가 했지만 학교 담당자와 협의해 진행했을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이 교수의 글처럼 이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총학생회 주최로 학생 개인당 6만5천원의 회비를 거둬 마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 교수의 발언 등이 학교 측의 책임 회피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피해 학생 부모는 "학생들이 마음대로 꾸민 행사라고 해도 1천 명 가까운 학생들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를 결국 학교 측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며 방관한 셈"이라며 "학교 측도 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회 측의 준비 소홀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이미 일주일 새 50㎝의 눈이 내렸고, 추가 강설 예보도 있었다. 학생회 관계자는 "날씨가 안 좋은 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해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부산외대는 부산의 대표적인 4년제 사립대 중 하나다. 2011년부터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새 캠퍼스를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14만4천64㎡에 학생과 교직원 9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캠퍼스 조성 공사를 끝내고 이전 작업을 거쳐 남산동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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