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이 지방선거 경선 참여기준에 청렴성과 도덕성을 가장 우선 잣대로 들이대면서 일부 공천 신청자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 공천 신청자들이 아예 신청서를 되돌려받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원칙을 중시하는 홍철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청렴성을 특히 강조하면서 형성돼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까지 같은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 홍 위원장은 화려한 경력에다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어 중진 국회의원들도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비중 있는 인물. 이 때문에 일부 위원들이 홍 위원장의 강력한 방침에 '약간의 이의(?)'를 건의했다가 정중하게 거부당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대구시당 공천관리위는 경선 배제기준에 음주운전, 식품위생법'청소년보호법 위반, 선거관련 범죄, 현직 재직 시 도덕성 문제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최근 정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3번 이상일 경우 경선 참여를 배제하기로 했다. 현직 재직 시에는 음주운전 등으로 1차례 이상 벌금형에 처해진 경우까지 엄격하게 책임을 묻자는 내부기류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신청자의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의 청렴성과 도덕성도 따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북도당 공천관리위도 도덕성을 가장 우선하기로 했다. 4대 범죄(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와 해당 행위 관련자는 아예 경선 참여를 못하도록 했다. 상습적인 음주운전도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천 신청자 전원을 불러 면접을 통해 소명을 듣도록 했다.
이처럼 전례 없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공천 신청자들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현직 당시 음주운전으로 100만원 벌금형을 받은 한 광역의원 출마자는 최근 공천 신청서를 되돌려받았다. 공천관리위가 음주운전에 대해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해당 출마자는 "잘못은 했지만 너무 가혹한 것 같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주민들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광역의원 선거 한 공천 신청자는 현직 당시 폭행건에 연루된 적이 있고, 모 기초단체장 선거 공천 신청자는 음주로 인한 사고를 일으켜 공천심사에서 경선배제 논의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공천관리위가 경선 참여자 선정 심사에 속도를 낼수록 중도 포기하는 공천 신청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철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청렴성이라는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을 갖고 있지만, 경선 참여 배제기준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확정한 것은 없다. 모든 공천 신청자들을 면접한 뒤 공통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기준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태환 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은 "경선 참여 여부 기준에 도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키로 한 만큼 공천 신청자들을 모두 면접하고,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해 소명을 들은 뒤 동료 위원들과 상의해서 경선 참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새누리당이 경선 참여 기준에 청렴성과 도덕성을 엄격히 적용해 후보자를 압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인물과 자질이 문제가 되는 사람은 일찌감치 출마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