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댕' 자~! 대게 경매 시작합니다. 물 좋은 대게, 어서 빨리 잡아가세요."
3월 19일 오전 9시 30분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수협위판장. 항구에 정박한 선박에서 대게가 쏟아져 들어왔다. 대게는 크기, 알이 찬 정도 등 상품 등급에 따라 한 무더기씩 행과 열을 맞춘다. 한 선박의 대게가 우선 진열되자 위판장 입구에 달린 큰 종을 선장이 세게 쳤다. '다 진열했으니 이제 경매를 시작해달라'는 뜻이다. 그러자 종소리에 화답하듯 수협 측의 사이렌이 10여 초간 길게 울린다.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던 중매인들은 사이렌 소리에 진열된 대게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의 경매가 시작된 것이다.
경매는 맨 처음 상품이 가장 중요하다. 그날의 시세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매사들도 첫 경매에 신경을 많이 쓰는 까닭에 그만큼 좋은 가격을 받기 마련이다. 13년차 경력의 베테랑 경매사인 이현구(41) 구룡포수협 경매계장은 "항구에 입항한 순서대로 경매를 진행하는데 첫 경매를 받으려고 선박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보통 경매는 어종별 선박들이 입항하는 시간에 맞춰 이뤄진다. 오징어의 경우 오전 6시, 잡어는 6시 30분에 열리는 식이다. 대게는 기온이 너무 낮으면 다리가 떨어지는 등 상품가치가 없어질 수 있어 해가 뜬 오전 9시 이후 경매가 시작된다.
경매사는 경매 관련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수협 직원들이다. 중매인들은 이른바 도매상들로 수협에 현금 등 담보물을 맡기고 중매자격을 허락받은 사람들이다. 수협은 중매인들이 맡긴 금액을 그날 해당 중매인의 거래에 따라 어민들에게 지급한다. 즉 직접적인 현금거래는 수협과 어민들이 하는 셈이다.
경매사가 대게 무더기 앞에서 들고 있던 작은 종을 울리면 중매인들이 옷 등으로 손을 가리고 미리 약속된 수신호로 마리당 가격을 제시한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중매인이 낙찰받는다. 수신호가 오가는 동안 경매사는 경매가 계속됨을 알리는 소리를 입으로 낸다. '우오오외외'로 이어지는 소리는 마치 티베트의 민속 음악 같다. 경매가 지지부진하면 경매사는 잠깐 소리를 멈추고 농담을 던지거나 윽박질러가며 분위기를 돋운다. 소리가 끝나고 '낙찰'을 외치면 금세 중매인들과 경매사는 다음 대게 무더기 앞으로 이동한다.
보통 경매사는 선주 편, 중매인은 소비자 편으로 움직인다. 경매사는 가격이 좋게 형성돼 선주들이 돈을 많이 가져가면 기분 좋고, 반대로 중매인은 싼값에 좋은 대게를 많이 확보해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면 최고이다. 어떤 때는 가격문제로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선주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을 얻는 것이 경매의 묘미이다.
이날 구룡포수협 위판장에 나온 대게는 모두 1만7천여 마리. 워낙 물량이 많은 탓에 2시간 30분이 지난 낮 12시까지 경매가 계속됐다. 소란하던 경매가 끝나자 눈치싸움으로 치열했던 중매인들과 경매사들은 다시 친한 형, 동생으로 돌아가 화기애애한 농담을 나눈다. 그날 낙찰된 대게를 활어차로 옮기는 인부들의 힘찬 소리도 흥겹다.
구룡포수협 연규식 조합장은 "구룡포는 전국 대게 생산량의 57%가 나올 정도로 큰 시장이며 그만큼 대게의 신선도 등 상품의 질과 시세가격 책정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