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제일모직을 전격 흡수 합병(본지 31일 자 2면 보도)해 제일모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제일모직 본사가 있는 구미는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1978년 가동에 들어간 구미 1국가산업단지 내 제일모직 구미사업장은 제일모직 대구공장(1954년 설립)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진 제일모직 공장이다. 1995년 대구공장이 구미공장으로 통합 이전되면서 구미사업장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모태공장 역할을 해왔다.
24만2천여㎡(7만4천여 평) 규모 구미사업장에는 고(故)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대구공장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사용했던 사무실 집기 등이 유품으로 보관돼 있는 등 이 전 회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또 1994년 9월 14일 제일모직 창립 40주년 기념일 때 대구공장에 묻었던 타임캡슐을 이전해 보관 중이다. 타임캡슐에는 국내 섬유산업과 제일모직의 현황을 담은 물품과 사진 등 각종 자료 500여 점이 들어 있으며,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54년 9월 15일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제일모직의 전자소재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패션 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됨에 따라 타임캡슐도 삼성에버랜드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미사업장은 1978년 설립 이래 섬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섬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직물사업이 호황기이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임직원은 최고 5천 명에 달했다. 이 무렵 제일모직 근무복만 입고 다녀도 식당, 술집 등 어느 곳에서든 외상거래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섬유사업 사업구조 변화에 따라 제일모직은 1980년대 패션사업에서 1990년대에는 케미칼 사업, 2000년대에는 전자재료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다. 화학기계연마(CMP) 등 다양한 분야의 전자재료 공장들을 차례로 준공하면서 생산기지를 확대, 현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재료 소재 사업장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임직원 수는 현재 1천여 명이다.
제일모직 구미사업장 관계자들은 "삼성SDI와의 합병으로 사명이 바뀔 것으로 보여 아쉬움은 있지만 이름만 변화될 뿐 현재와 다른 변화는 전혀 없을 전망이다. 글로벌 소재, 에너지 토털 솔루션기업으로 거듭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배 구미상의 사무국장은 "삼성그룹의 모태공장 역할을 했던 제일모직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이번 합병으로 구미사업장은 전자소재사업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돼 회사나 지역경제발전을 위해서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로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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