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지 뗐다 붙였다…광역단체장 도전 의원들 '선거 쇼'

유정정 장관 의원직 사퇴 논란

6'4 지방선거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는 현역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인천시장에 출마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31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장관직과 함께 의원직 사퇴를 표명하면서 "시민의 부름을 받고 민의의 전당을 떠나 민심의 바닷속으로 뛰어든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의원직 사퇴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강창희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 국회의원 사직서를 전달한 뒤 국회 의사과에서 사직서 확인서를 받아갔다.

선거 출마를 위한 국회의원직 유지냐, 사퇴냐에는 고차원적인 방정식이 존재한다.

우선 사퇴 배수진에 진정성이 담보되느냐 여부이다.

국회법상 현역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더라도 곧바로 면직되는 것은 아니다. 회기 중에는 국회의장의 수리 여부가 아닌 표결로 처리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를 열어 동료 의원들이 표를 던져야 한다.

비회기 중에는 국회의장의 수리로 사퇴가 결정되지만, 지금까지 의장이 직접 사직서를 처리한 경우는 드물다. 광역단체장에 죽기 살기로 임한다며 강물에 몸을 던지는 모양이지만 실상은 주변에 자신을 구해줄 인명구조대가 포진해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선 "유 전 장관이 만약 새누리당 경선 후보 중 지지율 1위가 아니었다면 의원직을 던졌겠느냐. 어차피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돼 의원직을 내려놓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5월에 벗어도 될 의원직을 미리 벗은 것으로 보는 쪽도 있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장에 도전한 국회의원들의 의원직 사퇴를 두고 '선거운동용 사퇴' '사퇴 쇼맨십' '통과의례식 사직서 제출' 등의 꼬리표가 달리는 이유다.

현재 현역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곳은 대구를 비롯해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울산 등 대부분 광역시'도다. 하지만 서울시장에 도전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남경필'정병국'원유철 의원이나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원혜영 의원, 부산시장 새누리당 서병수'박민식 의원, 광주시장 새정치민주연합 이용섭'강기정 의원 등은 의원직 사퇴 배수진과는 거리가 멀다.

지방선거 출마자 가운데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경우는 유 전 장관 외에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의원,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뿐이다. 하지만 4월 임시국회 본회의 안건 중 이들 출마자의 의원직 사퇴안 의결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반면 의원직 사퇴라는 카드를 써 유권자에게 절반의 진정성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법상 출마를 원하는 공무원은 선거일 90일 전인 3월 6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은 선관위 후보 등록일인 5월 15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된다.

"출마 의원들은 입법활동이나 상임위 활동, 토론회 등을 통해 언론 노출이나 자기 홍보가 가능하다"는 것이 현역이 아닌 출마자들의 지적이다. 현역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얘기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영선 전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1명에 월평균 소요 예산이 4천만∼5천만원인데, 본연의 임무를 하지 않고 3개월 동안 1억5천만원의 예산을 받아 (선거운동에)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유세에 나서느라 의정활동은 거의 불가능한데 국회의원으로서 '불로소득'을 받는다는 비판이다.

또 광역단체장 도전에 진정성이 있다면 공천이 담보되지 않는 경선 과정에서 의원직 사퇴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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