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가보면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나 북유럽의 등산코스에서나 안내원들의 태반이 네덜란드 대학생들이다. 그들의 경쟁력은 외국어다.
네덜란드 대학생들이나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웬만하면 유럽연합(EU)의 다양한 언어 중에서 영어는 기본이고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 2, 3개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갈수록 세계화가 급진전되고 경제의 상호의존과 통합이 구체화되는 세계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이태원 외국인 쇼핑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 가보면 중국, 일본, 영어권 관광객을 상대로 중저가 화장품이나 스포츠화 등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이곳에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 간판이 한국어 간판을 압도한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점원은 일본어로 계산을 끝내기 무섭게 중국어로 손님을 접대하고, 이어서 주한미군으로 보이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만만찮은 판매영어(?) 실력을 선보인다. 어떤 관광객은 3개 국어에다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매상 올리기에 열중하는 점원의 모습 자체를 구경하기도 한다. 그 자체가 관광거리인 것이다. 물론 모든 점원이 다 3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만 쓰는 점원이 가장 많고, 다음은 중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하는 점원들이다.
주목할 것은 영어 중국어 일어 3개를 동시에 쓰는 점원의 월급이 많게는 50% 정도 더 높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3개 국어를 동시에 쓰는 점원의 인당 매출이 월등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 자체가 제법 명물(?) 볼거리를 제공해서 상점의 광고 효과까지 더하기 때문이다.
서울 이태원은 한국 속의 외국이라 할 수 있고, 이곳에서 검증된 점원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일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미 창조적인 글로벌 세일즈맨인 셈이다. 그가 외국인을 상대로 남들보다 주말에는 2, 3배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다름 아닌 창조경제인 셈이다.
이태원의 한 상점 주인은 "당장 일거리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선투자로 생각하고 3개 외국어를 구사하는 판매원은 무조건 잡아놓고 본다"고 말한다. 외국어는 쇼핑 매출과 청년 일자리로 연결되는 것이다.
네덜란드와 이태원의 이야기는 '싸이'에게도 그대로 통한다. 가수 싸이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었기에 세계적인 스타, 창조적 인재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지켜본 '생생한 케이스'다.
이태원과 '싸이'의 케이스를 확장해서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얘기할 수 있다. 어떤 지방이나 도시 하나에서 시민들이 2개 혹은 3개의 외국어를 간단하게나마 구사할 수 있으면, 그 도시 자체가 동북아의 구경거리'관광명소가 될 것이고, 자연히 상점 매출이 올라 그 지역의 청년 일자리 또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외국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 나라 문화의 진수를 접하는 것이므로 시민 개인의 안목도 달라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 틀림없다. 개인의 발전과 지역의 발전이 공통분모를 찾으면 역량이 되고 역동성은 저절로 커지고 이른바 선순환의 메커니즘이 형성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교든, 사교육이든, 외국어 습득에 투입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지름길이고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고속도로가 될 것이다.
갈수록 세계화의 진전속도가 빨라지고 동북아경제공동체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우리 한국인들이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 일어 러시아어 등 한국과 이해관계가 큰 나라들의 언어를 2, 3개씩 말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경제개발시대 이후 모처럼 대도약(퀀텀점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어렵다면 지방이나 도시 차원에서는 정책적으로 추진해볼 만하다. 지역의 청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중국어 일어 러시아어 중 1, 2개씩 복수 외국어를 생활회화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되는데 4, 5년쯤 걸린다면, 그때쯤 그 지방이나 도시는 획기적인 창조경제지역으로, 청년 일자리의 인큐베이터로, 관광 쇼핑 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우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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