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해서
종은 더 아파야하는 것이다
-시집 『제국호텔』 문학동네, 2004.
아름다운 경치를 보거나 제대로 된 음식을 대할 때 함께 누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누구나 한두 번쯤 겪었을 이런 보편적인 체험에서 한 편의 시를 생산해내고 있다. 시인이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쳐버렸을 사소한 체험이지만 시인이기에 그 의미를 확장하고 심화한다.
사랑은 누군가를 아끼고 위해 주는 마음이다. 귀한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사랑하는 이가 생각나야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귀한 것을 얻었을 때 그것을 혼자만 누리려 한다면 그는 사랑을 모르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자일 것이다. 인류의 스승들이 가르치는 가장 귀한 교훈이 사랑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사랑은 본능이 아니다. 오랜 체험을 통해 깊은 심성에서 우러나는 귀한 마음이다. 종소리가 멀리 퍼지기 위해서는 제 몸을 아프게 해야 한다. 종이 깊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를 멀리 있는 그대에게 보내기 위해서는 제 몸을 아프게 하듯이 사람도 누구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기희생이 있어야 한다. 시인은 사랑에 대한 깨달음을 농담하듯이 가볍게 말하고 있지만 시의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희생하는 일이다.
시인 kweon51@cho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