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우울증

며칠 전이었다. 보건소 직원들이 자살예방 교육을 하기 위해 농촌지역 가정을 방문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았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보건복지부는 자살로 일반인이 죽을 확률이 10만 명당 28.1명,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 다시 자살을 시도해 사망할 확률이 이의 25배, 자살 원인은 정신과적 증상(37.9%), 대인관계 스트레스(31.2%), 경제적 문제(10.1%), 고독(7.1%), 신체 질병(5.7%), 기타(8.1%)라고 발표했다. 가정방문은 자살의 근본 원인인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자살 예방교육을 시행함으로써 사망률을 낮추고자 하는 것 같다.

심리학자들이 울타리로 구획을 둘로 나눈 전기 왕복 상자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 각 구획은 전기가 통하는 석쇠 바닥으로 돼 있었다. 개를 한쪽 구획에 넣고 강한 전기 충격을 주자 본능적으로 울타리를 뛰어넘어 반대편 구획으로 가려고 했다. 개가 성공하면 울타리의 높이를 더 높여 뛰어넘기가 어렵게 만들거나, 반대 측에도 전기가 흐르게 해 뛰어넘어도 똑같은 고통을 겪도록 했다. 개는 한쪽의 고통을 피해 다른 쪽을 선택했지만 결과가 똑같게 되자 결국 탈출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저항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잘 알려진 우울증의 원인이 절망의 반복학습이라는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 실험모델이다.

뇌 중 우울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위는 편도체, 대상피질, 뇌량 슬부(膝部)의 하부 전두엽, 외측 시상하부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을 분비하는 뇌간(腦幹)의 여러 구조물이다. 우울과 조증(躁症: 의기양양, 과잉행동, 달변, 운동성 증가)이 교대로 나타나는 가족성 양극성 우울증 환자에서 PET(양성자 방출 단층촬영)나 기능성 MRI를 시행하면 우울증에 빠질 때는 뇌량의 슬부 하부에서 활동이 저하되고 조증 때에는 활동이 항진되는 소견을 볼 수가 있다.

혈중에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농도가 감소하면 우울증이 나타난다. 세로토닌은 뇌 연수의 봉선핵, 노르에피네프린은 청반, 도파민은 중뇌의 흑질에서 주로 분비된다. 우울증의 치료제는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흡수를 차단해서 이들의 혈중 농도를 높이는 약제들이다.

1970년대 말 전문의 시험을 치려고 의무적으로 무의촌 보건지소에서 6개월 동안 근무를 했다. 그때에도 보건지소 직원들이 각 가정을 방문했다. 폐결핵 약을 투여하거나 산아제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는 정말로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 그런 방문이 자살예방 교육으로 바뀌리라고는.

임만빈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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