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유혹

우리나라는 1996년에 선진국들의 회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였고, 근래에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릴 정도로 커져서 그야말로 단군이 나라를 세운 이래로 가장 잘 사는 시대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다들 알고 있듯이 우리나라가 제대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것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 그중의 한 가지가 돌팔이에 의한 불법의료 시술이다. 미용적인 목적으로 인체에 이물질을 주입하는 무지한 불법의료 시술은, 국민 대다수가 못 배우고 먹고살기 어려웠던 해방 이전부터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다. 이 무시무시한 함정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아는 사람을 통하여 은밀히 전파되며 더욱 번성하여 환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강인한 남성을 향한 남자의 욕망 또한 강렬한 것이며, 이러한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적 감각이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여성들과 성적인 열등감에 고민하는 일부 남성들은 파라핀 또는 바셀린 등의 이물질 주사 한 방으로 값싸고도 수월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돌팔이나 친구들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동양권에서 흔히 시행되는 이 불법시술은 주로 가까운 친구의 소개로 무책임한 돌팔이들에 의해 행해지는데, 불안한 마음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명이 함께 시술받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합병증이 생긴 경우에 환자들은 병원에 와서 하나같이 "함께 시술받은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재수 없게 나한테만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러한 불법시술의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은 수년 동안 혼자서 씨름하다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으며, 대다수의 환자는 무지 또는 수치심에서 병원을 찾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너무나 많은 수의 환자가 그늘에 가려져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단 우리 몸속에 주입된 불법 이물질은 완전히 제거하기 힘들고 평생 만성 염증을 일으키며 조직을 서서히 파괴한다. 불행하게도 이런 불법시술의 희생자들은 의사들로부터도 제대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왜냐하면 이 분야의 치료경험을 가진 노련한 의사가 드물 뿐만 아니라, 힘들게 치료를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못하므로 아예 치료를 꺼리는 의사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무책임한 돌팔이에 의한 불법의료 시술의 희생자들은 단 한 차례의 잘못된 판단으로 평생을 고통과 후회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다.

수치스럽다고 숨길 수만은 없는 이러한 불법의료 시술의 현황은 우리 사회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한시바삐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며,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숨겨진 함정이다.

정재호 오블리제성형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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