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에 인연은 있어도 우연은 없다. 소개팅은 인위적으로 인연을 엮는 작업이다. 기자도 소개팅을 '몇 번' 해봤다. 파스타집에서 만나 하하호호 웃으며 밥을 먹다가 입에 경련이 날 것 같아서, 식사가 끝날 무렵 "친구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헌혈하러 가야 한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하고 자리를 뜬 적도 있다.
소개팅에 정석은 없다. 대신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피하면 된다.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소개팅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여주는 법을 찾아봤다. 소개팅 주선자와 여성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소개팅 백서'를 구성했다.
1. 소개팅은 '카톡'에서 이미 시작됐다
요즘 소개팅 주선자가 현장까지 따라가서 소개시켜 주는 경우는 드물다. 다들 바쁘다 보니 주선자는 남녀에게 서로 연락처와 간단한 정보만 주고 빠진다. 여기서부터 소개팅이 시작된다. 예의 없이 툭툭 던지는 문자 메시지는 금물이다. 직장인 A(27'여) 씨는 얼마 전 지인이 소개해준 소개팅남을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한 첫날이었다. 서로 존재를 안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그날 밤 12시에 전화가 왔다. A씨는 "그 남자가 문자로 '회식에서 술 많이 마실 것 같다'고 하더니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늦은 시간이라 일부러 안 받았는데 다음 날에 '아, 어제 뻗음' 이렇게 문자를 보냈더라. 우리가 친구 사이도 아닌데 매너 없이 문자를 보내 아예 만나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2. 면접형 질문은 금물!
소개팅으로 만나 올해 결혼한 회사원 B(29'여) 씨. 현재의 남편을 만나기 전 그는 7세 연상의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하지만 이 남자는 첫 만남에서 기업체 인사 담당자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할 때는 이직 면접 연습하는 셈치고 참았다. 하지만 "평소 빨래는 직접 하는가, 어머니가 해주시는가" "요리는 좀 할 줄 아나"는 식의 질문을 들을 때는 이 남자가 가사 도우미 면접 보러 나왔는지, 소개팅에 나왔는지 구분이 안 갔다. B씨는 "날 위해 요리하는 건 좋아하지만 널 위해 요리하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며 "또 좀 떠드는 옆 테이블 젊은 아줌마들 보고는 '팔자 좋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비싼 음식이나 먹고 다니고'라고 비하 발언을 하는데 30분도 안 돼 인성을 다 파악했다. 내가 밥만 먹고 헤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3. 상대의 관심사를 알고 질문하자
상대의 관심이 어디 있는지 확인했다면 그에 맞는 질문을 해야 한다. 회사원 C(28'여) 씨는 야구팬이다. 삼성 라이온즈를 따라서 월차를 내고 플레이오프 경기를 관람할 정도로 야구는 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축구도 웬만한 남자들보다 잘 아는 편이어서 브래드 피트와 데이비드 베컴을 두고 헷갈릴 리가 없다. 하지만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남자는 C씨가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한 질문을 던졌다. "우와, 그럼 혹시 호날두도 아세요?" 한번은 참았다. "오~ 그러면 메시도 아시겠네요?" 이 사람이 장난치나 싶었다. C씨는 "이 남자는 여자랑 대화를 많이 안 해본 것 같았다. 차라리 '레알 마드리드 베일 선수 이적료 진짜 많죠?'라고 물어봤다면 대화를 이어갔을 것"이라며 "그래서 '네. 호날두가 이번에 발롱도르(최고 선수상) 받은 게 처음 아닌 건 아시죠?' 하고 맞받아쳤다"고 말했다.
4. 이제 파스타는 그만 먹자
'소개팅 장소=파스타 집'이라는 공식이라도 있는가. 분위기 좋은 곳, 초면에 신발 벗지 않고 밥 먹을 수 곳을 찾다 보니 많은 이들이 이탈리아 음식을 앞에 놓고 뻔한 첫 만남을 가진다. 직장인 D(30) 씨는 이렇게 말했다. "파스타는 피하자. 당신이 만나는 그 여성은 어제도 파스타 두 그릇을 먹고 왔을지 모른다." 만약 식사 시간 즈음에 약속을 잡았다면 차라리 인도식 카레나, 간장게장이 맛있는 밥집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아보자.
또 기본적인 식사 예절은 지키자. 여태 소개팅만 서른 차례 정도 해본 직장 초년생 E(24'여) 씨는 다양한 종류의 남성들을 만났다. E씨는 "심하게 쩝쩝거리거나, 입에 음식물을 한가득 넣고 이야기를 하거나, 대화는 안 하고 먹는 데만 집중하는 남성들은 아무리 잘생겨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제발 입에 있는 음식물은 삼킨 뒤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5. 재력과 연애사는 묻지 않으면 하지 마라
자기 자랑 좀 그만하자. 상대가 물어봤을 때 겸손하게 에둘러 말하는 자기 자랑은 사람을 빛나게 한다. 회사원 F(30'여) 씨는 만나자마자 자신을 '강남 토박이'로 소개하는 소개팅남을 만났다. 야구를 좋아하던 이 남성은 갑자기 'VIP 시즌권' 얘기를 꺼냈다. F씨는 "나를 만나면 일 년 내내 아무 때나 좋은 자리에 앉아서 야구를 볼 수 있다고 자랑하는데 '내세울 게 저런 거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서른이 넘도록 여자 한 번 안 만나본 '모태 솔로'였는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겠더라"고 혀를 찼다.
소개팅 자리에서 옛 연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도록 하자. 프리랜서인 G(27'여) 씨는 얼마 전 만난 남성이 과거 연애사를 줄줄 털어놔 당황했다. 그 남자는 "프랑스에서 공부할 때 프랑스 여자를 만났다. 같이 살아보니 별로더라"는 식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G씨는 "지나치게 솔직한 남자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온 자리에서 옛 연인에 대해 험담을 하는 남자는 별로다. 만약 나랑 만나다가 헤어져도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 저런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6. 맘에 들면 먼저 연락해라
여기서 논란이 분분하다. 남자들은 상대가 맘에 들면 바로 연락을 하지만 여자들은 그 연락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확률 싸움인 소개팅에서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생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맘에 들면 잡아라. 만약 거절하면 그뿐이다. 결혼 2년 차 H(29'여) 씨는 소개팅을 한 뒤 자신이 먼저 연락해 결혼까지 골인한 경우다. H씨는 "소개팅 이후에 남자가 먼저 연락해야 한다는 금기를 깨야 한다. 소개팅은 어차피 '교제'라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시작하는 만남인데 여자가 먼저 연락해도 된다고 본다"며 "남편은 내가 먼저 연락해줘서 더 좋았다고 하더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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